증권 해외증시

환차손에도...美주식 더 담는 '서학개미'

약달러 이어져 한달 손실률 5% 불구

이달에만 6.2억 달러 어치 사들여

테슬라 절반 차지...모더나 뒤이어

"달러 쌀 때 선호주 저가매수 기회

더 크게 오를 주식 찾아 베팅" 분석




달러화 약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가운데 ‘서학 개미’들의 환차손도 커지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달러 약세로만 입은 손실률이 약 5%에 달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의욕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달러 약세를 매수 기회로 활용해 평소 원했던 미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4일 미국 주식 매수 금액은 30억 8,028만 달러, 매도 금액은 24억 5,226만 달러로 순매수 금액은 6억 2,801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1억 5,70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일평균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지난 9월 1억 3,137만 달러였으나 10월과 11월 각각 5,984만 달러, 5,937만 달러로 줄었다가 최근 다시 회복세를 나타낸 셈이다. 특히 11월의 경우 미 대선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규모가 더 줄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11월 4일 달러당 1,137원 70전을 기록한 후 12월 4일 1,082원 10전으로 줄곧 하락했다. 이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시점부터 달러가 급격히 약세를 띠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원화 대비 달러화는 4.89% 하락했다. 미국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라면 환 손실만 5%가량 입은 셈이다. 이 때문에 해외 주식, 특히 미국 주식 직접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오히려 왕성하게 해외 주식 직구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해외 주식의 경우 결제 정보가 예탁결제원으로 취합되기까지 1~3일간의 시차가 발생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을 뚫고 내려간 이달 2일 이후의 해외 주식 매수액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는 게 예탁결제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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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매일 밤 주문 물량을 집계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의 해외 주식 중개 담당자들은 최근 가파른 환율 하락에도 거래가 줄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추세는 지켜봐야겠지만 환율에 따른 거래 위축 현상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약달러를 미국 주식 투자 기회로 삼으려는 투자 수요도 늘고 있는데다 개인 투자자들은 환율보다는 미국 경기 부양 예산에 대한 기대, 또 선호하는 주식의 호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투자하고 있다는 게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달러화가 싸지자 최근 들어 해외 주식을 처음 거래하는 이들의 문의가 많아진 점도 특징”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테슬라·모더나의 주가가 상승세를 탄 점도 미국 주식 직구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이달 1~4일 해외 주식 순매수 1위는 테슬라로 3억 728만 달러어치를 국내에서 사들였다. 이는 같은 기간 해외 주식 순매수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모더나도 같은 기간 3,848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20일까지만 해도 497달러였으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 효과 기대로 최근 6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또 골드만삭스는 최근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780달러로 제시했다. 모더나 역시 지난달 25일까지 100달러 선을 밑돌았으나 이달 4일 157달러까지 오르며 불과 약 열흘 만에 50%나 치솟았다.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은 환율의 변동폭보다 더 크게 오를 미국 주식을 찾아 투자한다”며 “또 언젠가는 미국 달러화가 다시 강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국 주식에 대한 선호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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