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과 ‘기업 규제 3법’ 강행 처리 수순에 돌입했다. 여당이 174석의 의석수를 앞세우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형편이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카드가 거론되지만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의 이 같은 의석수를 앞세운 입법 강행 움직임에 입법 독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 회의에서 공수처장 임명 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과 기업 규제 3법 가운데 하나인 상법 개정안의 단독 의결을 시도했다. 국민의힘이 제1소위에서 두 법안의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하면서 단독 의결은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안건조정위 회부로는 의결 시점을 다소 늦출 수 있을 뿐 법안 처리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앞서 여야 원내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면밀하게 검토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의 이 같은 강행 움직임에 여야 원내 대표 간 만남은 20분 만에 폐기됐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간 조정이 필요할 때 위원회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구성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여야 동수로 총 6명으로 구성되고 최대 90일간 안건을 심의할 수 있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안건은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바로 전체 회의에 부의된다. 안건조정위 야당 측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들어갈 경우 여당 위원 3명과 최 의원 등으로 3분의 2 이상(4명)을 충족하게 된다. 백혜련 법사위 민주당 간사는 “(90일은) 최대 기간이고 바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후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기회를 맞이했다”면서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그 과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지 않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민주당 소속 윤관석 정무위원장도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의 전체 회의 직권 상정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여당은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공청회를 단독으로 열고 직권 상정을 위한 요건 맞추기 작업도 마쳤다.
공수처법 개정안 등에 대한 본회의 필리버스터도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는 데는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정의당(6석), 열린민주당(3석) 등 범여권 정당과 연대해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동의로 필리버스터를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10일부터 열리는 일정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도 제출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제1소위에서 5·18특별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이 법은 5·18 관련 사실을 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7년 이하 징역형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지훈·윤홍우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