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합의 처리를 약속했던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기업 규제 3법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하기로 입장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야당이 관련 법안들의 경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도 거치지 않은데다 공청회 개최 등 국회법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나서 여야 간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국회에 따르면 여당 소속의 정무위원장이 전체 회의를 열고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직권 상정해 단독 의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야당은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신청으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개정안을 논의 중인 정무위 법안심사2소위원장을 맡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소위를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정무위원장 직권 상정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재계에서는 경제 전반과 기업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독소 조항 등에 대한 검토도 없이 정부 원안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현실화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정이 만든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규제 기준을 현행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 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강화했다. 이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 30%를 가진 기업에서 20%를 보유한 기업으로 확대됨에 따라 대상 기업은 증가하게 된다. 아울러 공정거래법의 전속 고발권이 폐지되면 앞으로 가격·입찰 등 중대한 담합(경성 담합)의 경우 누구나 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 자체 판단으로 수사도 가능해져 고발·수사가 폭증할 것으로 중견·중소기업은 물론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며 ‘입법 독재’에 나서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금융그룹감독법에 관한 공청회를 이날 독단적으로 열면서 국회법을 위반했고, 임대차 3법 때 상황을 재연시키려 한다며 “공청회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국회법 절차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여당은 여야 간사 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오늘 오후 공청회를 한다고 통보했다. (공청회에) 전문가 두 사람을 모셔왔는데 이 또한 야당 의원 누구에게도 신상이나 전문성에 관한 공지가 없었다”며 “이는 국회법 제49조 2항과 제58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법 제49조 2항은 위원장이 의사일정 개회 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정한다고 돼 있고, 제58조는 제정 법률안의 경우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개최하되 이를 위원회 의결로 생략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여권에서는 공수처법 개정안 등 권력기관 개혁 3법 처리 결과에 따라 기업 규제 3법 통과는 연기하는 카드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기업 규제 3법의 경우) 정부 원안 그대로 통과시킨다는 것은 절차상으로나 내용적으로 무리인 게 사실”이라며 “끝까지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 가봐야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현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