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렇게 세 작품이 연이어 공개될 줄 몰랐어요. 혹시나 이 캐릭터들이 겹쳐 보이면 어쩌나 불안과 스트레스도 있었고요. 그래도 작품을 촬영할 때 만큼은 연기자로서 행복한 순간을 즐기려고 했어요.”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tvN ‘스타트업’에 이어 영화 ‘조제’까지 출연한 배우 남주혁은 숨가쁘게 달려온 자신의 행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모델 출신 연기자인 그는 데뷔 초반 연기력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이후 급격히 연기력이 성장하며 배우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성장에 “아직까지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라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조제’에서 남주혁은 가히 ‘물 만난 고기’와도 같은 매력을 보여준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 영석을 연기한 남주혁은 조제(한지민)에게 진솔하게 다가가는 풋풋함에서부터 사랑을 통해 한층 성숙해지는 인물의 변화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마치 자신이 겪고 있는 20대의 고민과 아픔을 그려내듯 물 오른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눈이 부시게’에서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던 배우 한지민과 재회해 ‘조제’에서 또 다른 멜로 연기를 펼칠지 관객들의 기대가 높다.
Q. 영화 완성본을 본 소감은
-김종관 감독이 만들어내는 ‘조제’는 어떤 느낌일까 기대감도 컸고, 작품 안에서 영석이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작품을 선택했다. 처음 ‘조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꼈던 불안감, 치열하게 연기했던 순간, 시작할 때 마음가짐도 떠오르고 다양한 감정들이 들면서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까에 대한 걱정, 기대 등 복합적인 감정이 오고 갔다.
Q. 영석 캐릭터에 어떤 점이 이끌렸는지.
-시나리오 상에서는 평범한 친구 같았다. 개인적으로도 평범함을 극대화시켜서 더 평범하게 보이고 싶다는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있었다. 그동안 맡아왔던 청춘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섬세하고 깊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준비를 하는 친구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섬세하게 담고 싶었다. 다양한 작품들을 찾아보기도 했고, 어떻게 연기하면 실제처럼 보일 수 있을지 고민 많았다.
Q. 영석이 조제의 매력에 빠진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했나
-영석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어 불안하다. 자기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책임감도 있지만, 조제를 만난 이후부터는 조제와 영석이의 관계에 대한 사랑의 책임감이 생긴다. 살아가면서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해서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를 하다 보니까 조제에게 세상 밖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제를 업고, 휠체어를 밀고 다닐 때 조제의 신발 발바닥 밑창을 깨끗하게, 절대 바닥에 내려놓지 않겠다는 책임이 생겼다. 그런 마음으로 조제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나가려고 했다.
Q. 조제와 영석이 이별을 결심하는 과정이 영화에서 자세히 그려지지 않았다.
-신 안에서 주는 것들, 대사나 분위기에서 주는 것들을 현장에서 몰입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온전히 영석에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연애 과정을 순차적으로 찍다 보니 이별 장면을 후반부 쯤에 찍었고, 이별하는 순간이 마지막 촬영이기도 했다. 배우로서는 감사하게도 이 모든 것들을 쌓아서 터뜨릴수 있었다. 온전히 현장에서 몰입할 수 있었고 배우로서는 좋은 환경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많이 촬영했고, 그래서 100% 영석이가 돼 연기할 수 있었다.
Q. 한지민 배우와 두 번째 호흡이다.
-두 번째 작품을 빨리 하게 됐다. 그래서 초반에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들을 생략하고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강점이 있었다. 감독님과 배우들간 소통할 때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한지민 선배는 조언을 해주지 않는다. 항상 동등한 위치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만들어가는 상황이 많았다. 존중과 배려가 넘치는 분이다. 나는 질문을 많이 했다. 매 장면 찍을 때마다 모니터를 보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런 소통이 좋았다. 상대 배우와 연기할 때 자신의 모습이 나오지 않아도 앞에서 호흡을 맞춰준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많이 배우고, 앞으로도 내가 가져가야 할 것들이라 생각한다.
Q. 일본 원작과 비교해 ‘조제’만의 차별점을 꼽는다면
-3, 4년 전에 원작 영화를 봤지만, ‘조제’ 준비과정에서부터 작품 끝까지는 보지 않았다. 촬영 도중 원작을 봤다면 100% 따라하게 됐을 것이다. 따라하기 보다는 김종관 감독이 만드는 ‘조제’ 속에서 영석이란 인물을 오롯이 내가 만들어내고 싶었다. 모두가 그런 마음으로 각자의 캐릭터를 자기만의 모습으로 완성했다. 그게 원작과의 차별점이지 않을까 싶다.
Q. ‘조제’, ‘스타트업’ 모두 20대 청춘들의 현실과 맞닿은 캐릭터다.
-내 나이대에 맞는 선택이라기보다는 그런 현실에 맞닿아있는 청춘 캐릭터에 끌렸다. 물론 나중에도 20대의 청춘을 표현할 수 있겠지만, 지금 온전히 살아가면서 느끼는 현재 20대이자 평범한 사람으로서 청춘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에 끌렸던 것 같다.
Q. ‘보건교사 안은영’, ‘스타트업’, ‘조제’까지 최근 바빴을 것 같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
-재작년, 작년에 촬영할 때는 상상을 못했다. 개봉 시기가 연이어질 줄 몰랐다. 혹시나 이 캐릭터들이 겹쳐 보이지는 않을지 불안감이 있었다. 세 작품을 하면서 다 다른 인물이었고, 그 작품마다 인물 자체로서 보이기를 원했다. 그 스트레스가 아직도 있다. 체력적으로는 이제야 힘든 것 같다. 작품을 찍을 때는 연기를 하는 연기자로서 행복한 순간이었다. 인물을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피곤함은 못 느꼈다. 연기를 계산해서 하지 않다 보니 온전히 인물에 다가가고자 하는 욕심이 컸다. 지나고 나니 육체적으로 힘든 건 이제야 느끼고, 생각이 더 많아진다. 내 스스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정말 열심히 일했구나 싶다.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지만 내 자신에게는 가혹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열심히 체력관리하고 아무 생각없이 있으려고 노력한다. 이 노력도 잘 안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Q. ‘눈이 부시게’ 이후 연기력이 급격히 성장했다는 평가가 많다. 본인도 성장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나
-내 스스로 성장했다 느끼는 순간은 돌이켜봐도 없다. 앞으로도 모르고 싶은 순간이다. 매사에 최선을 다했고,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에 임한 적 없다. 나 혼자만 잘해서 호평을 듣는 거라고 생각 안한다. 다 같이 하나의 작품을 위해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그 속에서 좋은 영향과 에너지를 받았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주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감사하지만, 내 스스로는 아직까지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다.
Q. 제작보고회 때 제작기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린 게 화제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 그날 제작기 영상을 처음 봤다. 예고편보다 상세했고, 영석과 조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영상에 담겨있었다. 나도 모르게 관객의 입장에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특별히 ‘조제’에 더 몰입했다기 보다는 임하는 모든 작품에 최대치로 몰입하려다 보니 눈물까지 난 것 같다.
Q. 원래 감수성이 풍부하고, 눈물이 많은 편인가
-운동을 할 때 승부욕 때문에 눈물을 흘린 적은 많았다. 눈물이 없다고는 말 못한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성적인 편이다. 한동안은 감정과 눈물을 숨기고 살았다. 지금은 그것 또한 내가 느끼는 것이기에 굳이 내 자신을 숨기고 살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든다. 눈물 숨겨야 될 상황도 있었지만 그런 순간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냥 내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표현해보고 싶고, 눈물이 나면 눈물을 흘리고 싶다.
Q. 남주혁의 20대는 어떠한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이 순간들이 감사하고, 몰두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에도 감사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힘든 과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나고 보면 멋진 20대를 살아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평범한 20대로서 일 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것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고민할 수 있는 이 순간이 좋다.
Q. 영화 개봉에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졌다.
-코로나를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감히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 단지 시간이 지나도 ‘조제’ 작품 자체가 많은 분들에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안전하게 관람해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