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산학협업 전환점...규제 풀어 기업 참여 늘리고 평가체계 바꿔야"

[산학협력 새 바람 ‘LINC+’ 현장 가다]

<下>새로 그리는 동반성장 지도

고용창출 등 성과 낸 'LINC+' 내년 종료 후 후속사업 추진

대학-연구기관-산업체 협력 넓히고 재투자 등 선순환 유도

학계·산업계 "다년도 평가·인센티브 확대로 질적 도약 필요"

강원대와 강릉원주대의 LINC+사업단이 강원테크노파크와 함께 개최한 ‘희망창의캠프’에서 참가학생들이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한 코딩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강원대강원대와 강릉원주대의 LINC+사업단이 강원테크노파크와 함께 개최한 ‘희망창의캠프’에서 참가학생들이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한 코딩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강원대



#김건회 전주대학교 생산디자인공학과 교수가 지도한 재학생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9)에 대응해 ‘클린에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밀폐공간에서 공기 중의 미생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자외선의 일종인 UV-C파장과 이산화타이타늄 광촉매 코팅기법으로 인체에 유해한 오존발생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살균력을 극대화했다. 클린에어팀의 김한빛 학생은 “설계부터 시제작, 실험까지 모든 공정을 함께 공부했던 팀원들이 협력해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전주대 클린에어팀의 제품개발이야기는 지난 2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일정으로 온라인 형태로 열리고 있는 ‘산학협력 엑스포2020’행사를 통해 소개됐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대학들은 혁신 교육과 투자를 통해 기업,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우고 신기술·신서비스를 개발한 성공담을 소개했다. 교육부 및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대학들이 추진해온 ‘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의 성과다.

그 중에서도 최우수상(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한 부산경상대가 이채롭다. ‘STW(school to work)산학일체형 교육’이라는 독창적 기업현장연계교육법을 개발해 산업인재를 양성하고 취업율을 높였다. 이는 오전 8시~오후 1시 사이에 전공수업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산업체 현장교육을 실시해 재학생의 전공직무능력을 높이는 교육과정이다. 이로써 학생은 월간 99만원대의 국가근로장학금을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지원받아 학업비·생활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기업은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참여 재학생의 직무능력과 인성, 조직적응력을 장기간 평가해 우수한 인재를 직접 고용함으로써 채용 실패 부담을 줄이게 됐다. 취업률도 높아졌다고 윤종우 부경대 학생산업취업처 팀장은 전했다. 실제로 부경대 STW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은 2018년도에 71.1%의 취업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부산 권역내 대학 평균 취업률(55.7%)이나 전국 대학 평균(15.4%)보다 각각 15.4%포인트(p), 10.4%p 높은 수준이라고 부경대측은 전했다.



LINC+사업을 바탕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창의적 문화·기술콘텐츠를 개발한 대학들도 있었다. 그중 한양대 서울캠퍼스는 가상현실(VR)기술을 이용해 중고등 학생들이 사이버공간 속의 입체실험실에서 화학실험을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는 ‘VR화학교육콘텐츠’를 개발했다. 화학실험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위험과 정밀 기자재 구입·운영 비용부담으로 인해 일선 중·고교에서 과학실험·실습교육이 미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 대학은 재학생들이 문화예술 플랫폼을 통해 산업체 및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영화 등 미디어콘텐츠를 창작하거나 문화예술공연을 열고, 그 수익금을 재투자해 선순환시킬 수 있도록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의 LINC+ 관련 교육과정에 참여했던 이정주 학생은 “올해 2학기 언론사에서 영상 기획·촬영·편집 작업에 참여했는데 기존 수업에서 배웠던 이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다양한 일을 겪고 빠른 상황 처리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LINC+사업단은 강원테크노파크와 손잡고 로봇개발을 위한 코딩 교육을 실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비롯한 첨단 제품 및 관련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개발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산업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대학들과 지역사회가 연대한 것이다.


LINC+사업은 지난 2017년 개시된 이후 오는 2021년에 총 5년간의 사업기간을 마치게 된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LINC+후속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 연구기관, 산업체, 지역사회 등과의 협업 문을 더 넓히고, 교육 및 연구개발을 통해 얻은 성과를 재투자해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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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기업, 학생들은 LINC+사업의 성과를 호평하면서 본지 인터뷰를 통해 발전적 제언들을 내놓았다. 박찬량 국민대 부총장은 “그동안 LINC+를 통해 우리나라에 산학협력의 양적 저변이 확대된 만큼 이제는 사업 질적 도약을 위해 사업평가시 정성적 평가에 더 주안점을 뒀으면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바이오분야 등 장기간의 연구리스크가 있는 프로젝트에도 길을 터주기 위해 연차평가가 아닌 다년도평가방식을 도입·확대해주기를 당국에 요청했다. 오영태 아주대 부총장은 “개별 대학이나 개별 지자체, 산업영역의 단위를 넘어 여러 대학들과 지자체, 다양한 산업군이 손잡고 연합·연계하는 방식으로 산학협력의 틀을 발전시키면 좋겠다”며 “이를 위해선 산학협력 등의 평가를 할 때 배점방식 등을 개선해 이 같은 협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현재 산학협력 평가점수가 100점 만점이라면 2개 대학이 공동 산학협력사업 추진시 각각 최대 50점씩 정도만 받기 때문에 단독으로 산학협력사업을 해 100점을 받는 것보다 불리해 활성화가 되질 않는다. 이를 개선해 2개 대학이 공동협력시 150점 만점으로 해 각각 최대 75점씩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산학협력 파트너 대학수에 따라 평가 점수 배분체계를 개편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오 부총장은 진단했다.

중앙대 산학협력담당자들과 드론전문 기업 ㈜헬셀 관계자들이 신기술 분야 인재육성 등을 위해 협약을 맺고 있다./사진제공=중앙대중앙대 산학협력담당자들과 드론전문 기업 ㈜헬셀 관계자들이 신기술 분야 인재육성 등을 위해 협약을 맺고 있다./사진제공=중앙대


산업계에선 산학협력에 참여하는 기업, 기관 등에 대한 인센티브 제고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세제·재정·금융지원은 물론이고 기술상업화규제, 개발규제 해소 등을 연계한다면 대학과 지역산업체가 연계한 지역별 산업클러스터가 활성화돼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신규사업이나 연구개발을 위한 사업부지, 설비 확충을 감당할 여력이 안되는데 많은 토지를 보유한 주요 대학들의 토지중 유휴자산이나 그린벨트 규제에 묶인 토지 등을 풀어 산학협력관 등을 짓도록 해준다면 기업들이 해당 대학의 지역으로 이주해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고용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참가 재학자들은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프로젝트를 계기로 창업을 한 홍진용 전주대 학생은 “개발 때 지원 금액을 더 늘려준다면 품질이 높아지고 사회에 이바지 할 제품이나 기업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채은 동서대 학생은 “졸업생 뿐 아니라 저학년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주 한양대 학생은 “참가자들을 위해 인수인계 시스템을 체계화시켰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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