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그널] 사납금無 '택시실험' 실패?…'쿱 택시' 끝내 기업회생 신청

국내 1호 한국택시협동조합 경영난

경영진 조합원 지속된 갈등에 운행률 줄고

조합원 이탈 이어지며 임금 체불까지

회생 통해 부활할지 주목







사납금 없는 택시로 주목받던 국내 1호 택시 협동조합 ‘쿱(coop)택시’ 운영사 한국택시협동조합이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경영진과 조합원 간의 내홍으로 경영난을 겪은 것이 이유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택시협동조합은 지난달 24일 서울회생법원에 간이 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달 7일 자로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간이 회생은 부채 50억 원 이하 법인이 절차를 간소화해 회생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채권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중은행 등이 채권자로 이름을 올렸다.

쿱택시는 지난 2015년 7월 택시기사들이 2,000만~2,500만 원씩 출자해 설립한 조합이 택시 회사를 인수하며 출범했다. 기존 법인 택시는 회사가 기사에게 차를 빌려주고 대신 ‘사납금’이라는 명목으로 매일 번 돈의 일부를 가져간다. 반면 쿱택시는 조합이 일단 돈을 모두 모으고 매월 10일 정산해 기본급과 수당을 지급하는 한편 이익을 배당 형식으로 나눠 갖는 구조다. 사납금을 못 채우면 기사가 자비로 돈을 메우는 부담을 없애 주목받았다.


쿱택시는 출범 후 2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75대였던 택시는 100대를 넘어섰다. 택시 1대당 기사수도 기존 택시(1.1명)보다 많은 2.4명으로 근무 여건도 좋았다. 월급은 일반 법인 택시보다 평균 100만 원 더 많은 250만 원까지 올라갔고 초과 수입이 많을 때는 400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 조합원도 생겨났다. 조합원 수는 한때 169명, 조합 가입을 원하는 대기 인원도 500여 명에 달했다. 대구·광주·포항·경주에도 같은 모델의 조합 택시가 생겨났다. 금융 투자 업계에도 새로운 택시 플랫폼이라며 투자 검토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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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7년 국회의원 출신 박계동 이사장과 조합원 간 갈등에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박 전 이사장이 독단적 경영을 하는 한편 출자금을 임의로 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합원들은 임시총회를 열고 박 전 이사장을 해임했다. 이후 2018년 10월 이일렬 이사장이 취임했지만 경영진이 회삿돈을 마음대로 사용한다며 조합원들은 횡령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갈등은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택시 운행률은 97%에서 50%대로 떨어졌다. 조합원도 90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임금 5억 원이 체납돼 조합은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대출로 출자금을 낸 일부 조합원들은 급여는커녕 이자도 못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생 절차로 쿱택시가 정상화될지 주목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회생 절차로 각종 채무를 탕감받는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택시 운영이 정상화돼야 한다”며 “조합원 이탈이 많은 상황에서 한동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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