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주 치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유의 상황으로 기존 수능일보다 2주 늦게 치러졌지만 수능을 치르는 학생과 이를 지켜보는 가족의 긴장과 간절함은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 12년의 노력을 평가받는 날인 만큼 시험에 임하는 학생들 모두 최선을 다해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쏟아냈을 것이다.
연구 기관에도 평가의 계절이 돌아왔다. 평가는 평가 대상의 장점과 단점을 가려내고 가치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목적에 따라 다양한 평가 방법이 존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 기관 평가는 연초에 세운 연구 계획에 따라 제대로 연구가 진행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개적인 과제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된다.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의 연구 성과도 매년 평가를 받는다. 먼저 새로운 연구 사업에 대한 타당성 평가가 이뤄지고 6개월이 지나면 중간 평가, 매년 연차 평가, 그리고 3년마다 단계 평가를 받는다. 개인과 팀, 본부 및 연구소에 대한 평가를 통해 실적을 확인한다. 훌륭한 성과를 낸 연구에 대해서는 연구 지원을 확대하고 부진한 연구에 대해서는 새로운 연구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는다. 또한 연구팀과 연구자에 대한 평가 결과는 인센티브와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최근 연구 기관 평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 왔다. 실패를 용인하는 제도가 수용됐고 평가 주기도 1년마다 수행하는 단기적인 평가가 아니라 3년 정도의 단계 평가 위주로 가는 추세이다. 출연 연구 기관의 연구 사업 계획서는 평가 주기가 3년에서 6년으로 확대됐다.
내년 초부터 시행되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르면 모든 정부 연구 사업의 평가 주기는 기존 연차 평가에서 단계 평가로 변경돼 시행된다. 그동안 연구원들이 연구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그토록 바랐던 일이 시행되는 것이다.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평가가 원래의 취지대로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확충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평가를 위한 행정 부담을 줄이는 것은 좋은 방향이다. 하지만 연구 기관마다 가진 고유 임무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평가가 진행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연구 기관의 평가 기준과 그에 속한 연구원의 평가 기준의 정렬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연구원의 평가는 그 사람의 연구 능력에 대한 평가도 동반돼야 한다. 예를 들어 논문·특허 등은 개인의 발전 역량을 확인하는 중요한 잣대이므로 이를 평가 지표에서 빼는 것은 연구자 개인, 나아가 연구 기관의 발전에 있어 교각살우(矯角殺牛·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침)의 우를 범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시민의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채 과학 기술자들끼리만 경쟁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활동하는 시기는 지났다. 과학기술 정책의 결정과 새로운 과학기술의 개발이 우리의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의미는 크게 퇴색된다. 연구자들의 연구가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전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땀과 노력이 공정하게 평가될 수 있는 제도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