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복비 못낮춰" 공인중개사협회 이사까지 '좌표'찍은 권익위 설문

권익위 ‘중개보수 산정체계’ 여론조사에 투표 독려

협회 이사 “정책 실패 부각하고 긍정여론 조성해야”

‘부동산 관계자냐’ 질문에 “아니오” 답하라 지시

8월 ‘공공의대’ 설문엔 전남도지사가 ‘공문 하달’해

권익위 “공인중개사도 국민…종합해서 제도 수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지난 10월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 전면 백지화’ 등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청와대 국민청원의 동의 인원수가 이날 공식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섰다./오승현기자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지난 10월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 전면 백지화’ 등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청와대 국민청원의 동의 인원수가 이날 공식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섰다./오승현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주택 중개보수 산정체계’에 관한 국민 의견을 묻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공인중개사 협회 임원까지 나서서 집단 투표를 독려한 사실이 드러났다. 과거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권익위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설문조사에 공무원들을 동원한 데 이어 이같은 여론전 양상이 또 나타나면서 오히려 권익위 설문조사가 여론을 왜곡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8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공인중개사협회 이사인 A씨는 권익위의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달 7일 한 공인중개사 커뮤니티에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중개보수) 선택 요율을 무조건 높여야 한다”며 “우리들이 적극 참여해 정부의 정책 실패를 부각시키고 중개보수 요율의 타당성을 설득한다면 오히려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7일 ‘주택 중개보수 산정체계 개선’ 관련 보도자료를 발표해 설문 참여자의 53%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중개료 부담이 과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권익위는 참여자의 49.8%는 공인중개사, 50.2%는 일반 국민이었다고 설명했다./권익위 제공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7일 ‘주택 중개보수 산정체계 개선’ 관련 보도자료를 발표해 설문 참여자의 53%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중개료 부담이 과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권익위는 참여자의 49.8%는 공인중개사, 50.2%는 일반 국민이었다고 설명했다./권익위 제공


해당 설문조사는 권익위가 지난 7일 발표한 ‘주택 중개보수 산정체계 개선’ 정책방안을 만들기 위한 사전조사 차원이었다. 권익위는 지난달 2일부터 13일까지 권익위 ‘국민생각함’에 이같은 설문조사를 게시해 △집값 상승에 따라 올라간 중개보수에 대한 의견 △6억 초과 9억 이하 주택의 적정 중개보수 요율 △9억 초고 주택의 적정 중개보수 요율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조사 결과 총 응답자 2,478명 중 53%는 ‘집값 상승과 함께 중개보수가 크게 올라 중개료 부담이 과하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참여자의 49.8%는 공인중개사, 50.2%는 일반 국민이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들의 투표 정황을 확인한 결과, 일부는 ‘일반 국민’으로 투표에 참여해 이같은 수치가 왜곡된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설문참여자가 부동산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지’ 묻는 14번 문항을 거론하며 “회원님들이 어떻게 해야 될 지 다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는 ‘아니오’ 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회원님들은 물론이고 지인과 가족분들을 총동원해 설문조사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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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주택 중개서비스,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달 7일 공인중개사협회 이사 A씨가 한 공인중개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김인엽기자=공인중개사 커뮤니티 발췌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주택 중개서비스,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달 7일 공인중개사협회 이사 A씨가 한 공인중개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김인엽기자=공인중개사 커뮤니티 발췌


경기지역 공인중개사 B씨 역시 해당 커뮤니티에 “일반인들이 우리에게 유리한 의견을 내주어야 하기 때문에 종사원들과 가족들도 참여시켜야 한다”며 “중개사들과 중개가족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하다 보면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독려의 글을 올렸다. 서울 지역 공인중개사 C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족 등 친지, 주변 분들이 국민의 이름으로 우리 입장에서 설문에 동참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A씨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협회 차원에서 투표 독려를 한 적이 없다”며 “공문이나 문자메시지가 내려간 것은 없다”고 전했다.

권익위가 앞서 실시한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 여론조사에 이어 또 한 번 이해당사자들의 집단 참여 정황이 드러나면서 권익위 여론조사가 오히려 여론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는 지난 8월 공공의대 문제가 여론을 뜨겁게 달구자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을 물었다. 그러자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각 시군 및 출연기관에 공문을 배포해 “권익위의 설문 결과가 우리 도 핵심과제인 의과대학 설립 추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각 시군·출연기관에서는 ‘모든 직원’과 지인분들이 설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이해관계자들의 여론도 수렴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여론조사가 아닌 실제 국민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듣기 위한 것”이라며 “공인중개사 단체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수렴해 종합적으로 제도 개선을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설문조사와 공인중개사 협회와의 정책 간담회 결과를 바탕으로 ‘중개보수 요율 산정체계 권고안’을 만들어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권익위는 △최고요율이 적용되는 9억원 초과 주택의 거래구간 세분화 △9억원 이상 거래구간에 적용되는 최고요율 인하 △현행 중개업으로 한정되어 있는 법정 중개서비스의 범위 확대 △상한요율제 폐지, 구간별 고정요율제로 전환 △전체구간 단일요율제 및 정액제 방식 검토 등 중개보수 산정체계 개선을 위한 5가지 원칙을 세우고 정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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