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巨與의 폭주, 공수처법·상법 상임위 날치기…오늘 본회의

토론·심의없이 2시간만에 처리, 野 “민주국가 맞냐” 강력 반발

전문가 “법치주의 유린” 비판, 재계는 경제법안 정치화에 당혹

사상 초유의 사태…거대 1당이 국회 상임위부터 모든 의결 결정

법사위 의사일정 야당 빼고 일방진행, 여당 의원들 ‘기립’ 의결

윤호중 위원장, 의사봉 빼앗기자 왼손으로 공수처법 의결해

野 법사위원 명패 반납한 뒤 “더불어독재당이냐” 성토 후 퇴장

본회의에서 '전국위·필리버스터'로 응수 한다지만 실효성 낮아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윤호중(왼쪽 세 번째) 법사위원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위해 의사봉을 두드리려 하자 주호영 (〃 두 번째) 국민의힘 원내 대표가 저지를 시도하고 있다. /권욱기자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윤호중(왼쪽 세 번째) 법사위원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위해 의사봉을 두드리려 하자 주호영 (〃 두 번째) 국민의힘 원내 대표가 저지를 시도하고 있다. /권욱기자



“우리 국민은 개·돼지·바보가 아닙니다. 정권이 폭망의 길로 들어섰다고 확신합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 대표)

“민주당은 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밀어붙여 버립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민주국가가 맞습니까.”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8일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강행 처리하자 야당 의원은 이 같은 탄식을 쏟아냈다.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야당의 반대 목소리는 철저히 짓밟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사태가 일어났다”며 강력 규탄에 나섰다. 하지만 거여의 입법 폭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단독 처리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여권 안건조정위원 4명은 법사위 안건조정위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안건을 처리했다. 범여권 의원은 곧이어 열린 전체 회의에서 기립 표결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법안을 불과 2시간 만에 거대 의석수를 앞세워 강행 처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회의 견제와 균형 원칙이 깨지면서 민주주의가 붕괴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쏟아졌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정치권력이 명백하게 법치주의를 유린하고 전체주의·파시즘적 사회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것을 (여당이) 스스로 입증했다”며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은 사내 이사 감사위원에 대한 의결권은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합산 3%, 사외 이사 감사위원에 대한 의결권은 인별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도 각각 법사위와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또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 특수 근로 종사자의 고용보험 당연 적용, 산재보험 적용 확대 등이 골자인 ‘특고 3법’도 통과시켰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상황을 보면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 법안을 이렇게까지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당혹감을 금하지 못하겠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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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부대 작전같이 삼권분립 유린했다…與 공산국가의 폭거 자행했다”




# 8일 오전 11시 국회 법사위 회의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이 “이 법안에 찬성하시는 의원님들은 기립해 주십시오”라고 말하자 여당 소속 법사위원 11명과 비례 정당인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의원이 기립했다. 윤 위원장이 찬성 의결(18명 중 12명)로 오른손에 잡은 의사봉을 두드리려 하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 대표가 팔을 잡아 의사봉이 책상에 떨어졌다. 윤 위원장은 “이거 왜 이러세요”라고 말한 뒤 왼손으로 의사봉을 잡아 책상에 세 번 내리쳤다. 이날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 추천에 관여하지 못하게 공수처법을 개정해 9일 본회의로 보내는 데 소요된 시간은 7분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모두 법사위 명패를 떼 윤 위원장에게 반납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간사 등 의원들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의결에 대해 찬성하며 기립하고 있다. /연합뉴스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간사 등 의원들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의결에 대해 찬성하며 기립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사위원회가 이날 공수처법 개정안을 여당 일방의 안건조정위와 전체 회의를 통해 의결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과정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전날 법사위는 야당의 요청으로 공수처법 등 쟁점 법안을 다시 조율하는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하지만 최대 90일까지 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과 달리 여당은 이날 회의를 연 지 불과 1시간여 만에 안건 조정을 마무리했다. 이어 안건조정위가 끝난 지 30분 만에 윤 위원장이 전체 회의를 열고 공수처법을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대기하던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전체 다 들어와, 들어와”라는 고성이 터졌다. 당초 전체 회의 일정은 낙태죄와 관련한 법안에 대한 공청회였지만 윤 위원장이 안건을 변경해 공수처법을 기습적으로 올렸다. 농성을 벌이던 국민의힘 수십 명은 안으로 진입했고 회의장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뒤엉켰다. 주 원내 대표는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이 이게 말이 되느냐”며 “자기(민주당)들이 법을 만들어놓고 아직 조정이 안 됐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이 일방적인 의사 진행을 통해 법안을 처리했다.

이날 법사위 문턱을 넘은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시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 찬성’ 기준을 ‘의결정족수의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하고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을 현행 변호사 10년에서 7년으로 낮추는 김용민 의원의 안이다. 이 법이 9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공수처장은 야당 추천위원(2명)이 반대해도 여당이 지명한 후보추천위원(2인)과 대한변협회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등 5인이 찬성하면 후보 2인을 추천할 수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1인을 지명할 수 있게 된다. 본회의에서 여야가 공수처법 개정안 등을 처리할 경우 법안 마련과 심사, 상정, 안건조정, 법안통과 등 법안 심사와 의결을 위한 모든 과정이 여당 단독으로 처리되는 전례 없는 상황이 기록되는 것이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켜려 하자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 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윤호중 법사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켜려 하자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 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여당의 일방통행 식 입법 폭주에 반발하면서 울분을 토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공수(空輸)부대 작전같이 삼권분립을 유린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이날 법안 처리에 대해 “공산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폭거를 자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사위원인 장제원 의원은 퇴장하며 “오늘부터 법사위는 없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법을 마음대로 바꾸라”고 일갈했다. 법사위원인 조수진 의원은 회의장에서 퇴장한 뒤 “이런 정당이 민주라는 말을 쓰고 있다. 더불어독재당이고 유신정권과 똑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5선의 정진석 의원은 “여당이 그토록 타도하려고 한 독재 소리를 듣고 있다”고 역설했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른 합법적 의사 진행이라고 항변했다. 백혜련 의원도 안건조정위가 끝난 뒤 “의결을 둔 다툼은 없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윤 위원장도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 안건을 의결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아무리 발목 잡아도 공수처는 출범한다”며 “민주당은 민주주의로서 공수처를 반드시 출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법안이 법사위를 넘자 “개혁의 과업이라는 것은 대단히 고통스럽지만 또한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기꺼이 그 일을 저는 하겠다”며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국민의힘은 9일 본회의가 열리면 공수처법 등에 대해 전원위원회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등으로 응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원위원회는 국회법 제63조에 따른 것으로 의원 전원이 참여해 법안을 심사할 수 있다. 대상은 정부조직법·조세 또는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안에 대해 본회의 상정 전에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국회의장이 위원장을 지명해 구성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도 진행해 입법의 부당성을 알린다는 방침이다. /임지훈·구경우·김혜린·변수연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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