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반 년 침묵한 김여정, ‘김정은 성과’ 코로나 방역 무시당해 '발끈'?

강경화 “북한이 더 북한다워지고 있다” 발언에

김여정 6개월만에 입 열어 “망언 두고두고 기억”

김정은 “세상이 놀랄 승리”로 자평한 코로나 방역

한국 외교장관이 국제사회에서 의심하자 ‘발끈’

‘위임통치’ ‘비이성적’ 표현에 불만 쌓였다는 분석도

김여정 북한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김여정 북한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북한이 더 북한다워지고 있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망언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며 반 년 만에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강 장관의 발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고 성과로 꼽히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무시하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국가정보원이 “김 위원장이 위임통치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비이성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자 이같은 불만이 드러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 부부장은 8일 노동당 담화를 통해 “강 장관이 중동 행각 중에 우리의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해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며 “망언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앞 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며 얼어붙은 북남 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쏘아붙였다. 강 장관이 지난 7일 바레인에서 “코로나19 도전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강 장관은 ‘마나마 대화’에 참석한 후 질의응답 중 북한이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믿기 어렵다”며 “이것은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연합뉴스


김 부부장이 남한을 향해 공식적인 발언을 꺼낸 것은 6개월 만이다. 김 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던 지난 6월 “머지 않아 쓸모도 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는 담화를 내놓았다. 그는 “다음의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말한 것을 마지막으로 이후 대남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이처럼 김 부부장이 6개월만에 공식적인 대남 메시지를 밝힌 것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최대 성과를 전면에서 부인하는 모양새가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책임 있는 당국자가 국제 무대에서 북한 최고 지도자의 성과를 공개적으로 부인한 것에 대해 북한이 그냥 넘어가기 쉽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한 명의 악성 비루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 건강해주셔서 정말 고맙다”며 “세상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이 승리는 우리 인민들 스스로가 이뤄낸 위대한 승리”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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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코로나19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 폐쇄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해가며 총력을 기울여왔고 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평양 주민들과 군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참석할 정도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하고 있다”며 “그런데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이 같은 성과에 대해 국제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표명하니 북한 지도부의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그간 한국에서 ‘위임통치’나 ‘비이성적 코로나19 방역 조치’ 등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이 계속 나오자 불만이 쌓였고, 이것이 강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터져 나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박 원장 취임 이후 국정원에서 나온 ‘위임 통치’ ‘비이성적 통치’ 등 발언이 계속 나왔는데 이것이 누적된 게 아니겠느냐”고 짚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김 위원장이 김 부부장 등 일부 측근들에게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히며 “통치 스트레스 경감과 정책 실패시 책임 회피 차원”이라고 보고했다. 당시 대북 전문가들은 ‘위임통치’라는 표현에 대한 의아함을 드러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유일영도체제인 북한에서 위임통치는 비상체제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며 “위임통치가 아니라 역할 분담이고 이는 김 위원장의 정치적 관리 용병술”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위임통치라는 언급은 권력구도 변화를 암시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표현이 김 위원장으로서는 불편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국정원은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이 “외부 물자를 안 받고 스트레스가 높고 하니 감정 과잉이나 분노 표출도 종종 있고 그러다 보니 비합리적 지시도 많아지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전했다.

남 교수는 “국회에서 박 원장이 비이성적 행태라는 단어를 쓴 데다가 강 장관이 해외에서 이러한 발언을 했으니 이를 국가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인 게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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