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대출 문 걸어잠그는 은행들...내년 1분기까지 옥죈다

11월 가계대출 증가폭 사상최대

당국 "총량관리 지켜달라" 압박

농협銀 이어 국민銀도 연말까지

주담대·전세대출 모집 전면 중단

우리銀 비대면 신용대출 판매중지

대출 수요가 많은 연말인데도 은행들이 대출 문을 아예 걸어 잠그고 있다. 금융 당국이 내년 1·4분기까지 가계 대출 상황을 강하게 점검할 방침이어서 대출 옥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 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모아 가계 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지난달 가계 대출이 급증했다며 9월 제출한 연내 가계 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고, 특히 내년 1·4분기까지 살펴보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은 2개 은행에 대해서는 개별 면담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달 은행권 가계 대출은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11월 말 은행 가계 대출 잔액은 982조 1,382억 원으로 전월 대비 13조 6,444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11조 7,000억 원) 증가액을 넘어 한은이 속보 작성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6월부터 6개월 만에 60조 원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신용 대출 등 기타 대출은 전월 대비 7조 4,000억 원 늘어나면서 역시 사상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금융 당국이 고소득자의 신용 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로 제한하는 대출 규제(11월 30일 시행)를 예고하고 시중은행이 이에 앞서 대출 한도 축소 움직임을 보이자 막차에 올라타기 위한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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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이미 10월 이후 신용 대출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축소하며 가계 대출을 조여 왔다. 최근 몇몇 은행들은 신용 대출 우대금리를 사실상 없애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폭발적인 대출 수요로 총량 관리에 어려움을 겪자 남은 수단을 모두 동원하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연말까지 대출 상담사를 통한 주택 담보, 전세 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대출 상담사는 카드 모집인과 비슷하게 은행 외부에서 대출 상담 창구 역할을 하며 실제 은행과 차주(돈 빌리는 사람)를 연결해 주는데, 이들을 통한 대출 신청을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대출 상담사 대출을 막은 사례는 없었던 만큼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도 10월 21일부터 연말까지 은행 상품에 한해 대출 상담사를 통한 주택 담보, 전세 대출 모집을 중단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신용 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11일부터 중단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에 설정해둔 올해 대출 한도가 3조 3,000억 원이었는데 수요가 몰리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소진 속도가 빨라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조만간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대출 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관련된 세부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아직까지 대출 상품 중단 사례는 없지만 신용 대출 총량 추이를 모니터링하면서 추가 조치를 내놓을 방침이다.
/김현진·조지원기자 stari@sedaily.com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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