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노사 모두 반대해도 '국정과제 성과'인가

방진혁 사회부 기자

방진혁 사회부 기자



“사전에 충분한 논의 절차를 거쳤다.” 9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회의 당시 내놓은 입장이다. “왜 중요한 법안을 이 밤중에 도둑질하는 것처럼 통과시키려는 것이냐”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항의에 ‘우리가 전태일’이라는 팻말을 세워놓은 민주당 의원들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맞섰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 공수처법만큼이나 뜨거운 감자였던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정부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균형추’를 맞추는 차원에서 회사에 근무하지 않는 조합원은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고 핵심 시설에서의 쟁의행위 금지 조항을 담았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이 같은 단서 조항을 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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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국회 통과를 주도한 노조법 개정안에 경영계는 물론 노동계마저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경영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경영계는 이같이 편향된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논평에서 “일부 독소조항은 덜어냈다”면서도 “쟁의행위에 대한 조항만 삭제되고 여전히 단체협약 유효기간 조항과 비종사자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제약이 살아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정책이든 한쪽의 일방적인 강행 처리보다 절차적 합의가 이뤄질 때 더욱 의미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강조한 뒤 경영계와의 최소한의 약속조차 뒤집었다. 또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의당 원내 대표의 ‘절차적 문제’에 대한 항의마저 묵살했다. 결국 노조법 개정안은 노사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것은 물론 불확실성만 키우게 됐다. 이런 노조법을 거대 여당이 무리하게 강행 입법한 이유가 무엇일까. ‘ILO 핵심 협약 비준’이라는 임기 말 국정과제 성과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문만 남는다. /bready@sedaily.com

방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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