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에듀컨설팅] 배운 내용 잘 기억하려면

공부한 뒤 테스트...'학습내용 꺼내보기' 하면 기억 더 오래가




Q.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책을 많이 읽고 숙제도 잘하는데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해 걱정입니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영어 단어를 외웠는지 물으면 잘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학습 내용을 잘 기억할 수 있을까요.

A. 흔히 암기를 위해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특히 소리 내어 읽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지식 창고인 뇌 속에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죠. 그런데 이처럼 입력만큼이나 정보를 꺼내보는 행위도 중요합니다.

수학 공부를 잘하기 위한 여섯 가지 방법이 담긴 책을 읽는다고 가정해봅시다. 내용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잠시 후 책을 덮고 여섯 가지 방법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릴 때 금방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다시 책을 펴고 몇 번을 반복해서 읽는다고 잘 외울 수 있을까요.


인지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머릿속에 정보를 입력하는 것 못지않게 꺼내보는 과정이 기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지난 2008년 7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는 ‘가장 궁극의 공부 방법은 테스트’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스스로 시험을 보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는 과정을 소개한 기사입니다. 이를 인출 효과 또는 시험 효과라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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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내보는 과정은 △책을 읽다가 잠시 덮어두고 방금 전에 배운 내용을 떠올려보기 △자신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보기 △나만의 언어로 정리해보기 △시험문제를 풀어보기 등의 활동을 말합니다. 머릿속에 입력된 내용을 스스로 끄집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연구 사례를 살펴봅시다. 같은 내용을 세 번 반복해 읽은 그룹과 세 번 반복해 읽으면서 테스트까지 치른 그룹의 성취도를 비교한 결과 최초 점수는 전자가 높았지만 후자는 테스트가 거듭될수록 점수가 오르고 1주일 뒤에도 점수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되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단순 반복이 즉각적인 효과는 더 높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복 테스트의 효과가 더 높았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쉽고 편한 길을 찾게 됩니다. 단순한 반복은 자신이 이미 아는 내용이라는 착각을 부르기 때문에 피상적인 반복으로 끝납니다. 반면 학습한 내용을 꺼내보는 행위는 자신이 배운 내용을 정말 이해하는지 점검하는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단순 반복의 착각을 피하도록 도와줍니다. 또 애써 끄집어내는 노력을 반복하면 정보 입력도 수월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배운 뒤 정보를 꺼내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기억은 더 단단히 오래 유지됩니다.

여러 번 읽으면 저절로 머릿속에 정보가 입력된다는 생각은 학생 대부분이 범하는 착각입니다. 공부한 내용을 끄집어내는 과정이 있을 때만 기억력이 향상됩니다. /김원태 비상교육 혁신 학습 TF 책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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