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일감몰아주기 규제 확대 땐 388개 기업 추가 대상에

[巨與 입법폭주]

■공정거래법 개정안

유예기간 내 지분매각 가능성 커

"증시 하락 요인으로 작용" 지적

지배구조 개편도 변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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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이 9일 강행 처리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사익 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확대안이 시행되면 총 388개 기업이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일부 기업은 법 시행 유예기간인 1년 안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규제 대상에 새로 오르게 된 현대글로비스 등 일부 기업이 속한 대기업 집단은 지배 구조 개편 작업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확대 법안 통과 시 규제 대상 회사는 기존 210개에서 598개로 세 배가량 증가한다. 규제에 추가되는 주요 기업으로는 현대글로비스·㈜한화·SK(주)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이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특수 관계인이 29.99%, ㈜한화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26.76%, SK㈜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28.59%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을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이 지분 30% 이상 보유한 회사에서 20% 이상 보유한 기업이나 해당 기업이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자회사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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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익 편취 규제는 최대 주주 등 특정인이 지분을 가진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사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도입됐다. 도입 당시에는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이 30%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비상장사는 20%)을 규제 대상으로 했다. 이후 기업들이 지분을 30% 밑으로 낮추면서 규제를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내부 거래 비중도 크게 줄어들지 않아 규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기업들은 최대 주주의 지분율을 20% 이하로 줄이거나 내부 거래 비중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규제를 피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최대 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일반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13년 규제 도입 당시 상당수 기업이 최대 주주 지분율을 30% 이하로 낮추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 정책에 순응해 자회사 지분율을 높인 회사가 오히려 피해를 보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대 주주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는 금지해야 하지만 정당한 내부 거래까지 위축될 수 있고 의결권과 지배 구조 간 괴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익 편취 규제가 형사처벌까지 규정하면서도 법 규정이 모호한 점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어떤 거래가 정당한 내부 거래인지, 특정인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거래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지분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규제를 피하는 것도 불분명한 규제 탓에 형사처벌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법 시행 시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 작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되는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 등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순환 출자로 짜인 지배 구조를 개편하는 데 핵심적인 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통해 지배 구조의 정점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 순환 출자 고리를 끊는 개편 작업을 시도했다가 사모펀드 엘리엇 등의 반대로 좌초된 바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익 편취 규제 확대로 일부 기업이 지분율을 낮추거나 내부 거래 비중을 축소하는 등 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지배 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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