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싹쓸이한 탓에 저소득 국가 국민 90%는 내년까지 백신을 맞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옥스팜·국제앰네스티 등 국제단체들이 공평한 백신 분배를 위해 구성한 연합체 ‘피플스백신’이 9일(현지 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을 비롯해 나이지리아·에티오피아·미얀마 등 저소득 67개국 국민 10명 중 1명만이 내년까지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과학 분석 업체 ‘에어피니티’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등 8개 제약사와 각국 정부가 체결한 백신 구매 계약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들 67개국은 지난달까지 제약사들과 개별적으로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고 선진국이 공여한 자금으로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공급하는 ‘코백스 선구매 공약 매커니즘(COVAX AMC)’으로만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처지다. 코백스 AMC가 현재 확보한 백신 7억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로 92개국(인구 32억 명)이 나누어 써야 한다.
백신 부족은 선진국들의 선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영국·스위스·일본·호주·뉴질랜드·홍콩·마카오·이스라엘·쿠웨이트 등 12개 국가·지역은 8개 제약사 백신 53%를 선구매했다. 이들의 인구는 전체의 14%인데 백신은 절반 넘게 가져간 것이다. 캐나다는 전 인구가 다섯 번씩 접종할 만큼의 백신을 선구매해뒀다.
특히 최근 영국에서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전량 부유국들이 선점했고 모더나 백신은 96%를 부국이 확보했다. 그나마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는 백신의 64%를 개발도상국에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전체적으로 내년까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인구는 세계 인구의 18%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옥스팜은 “각국 정부와 제약사들의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백신 개발에 50억 달러(약 5조 4,000억 원)의 공공 기금이 투입된 만큼 이들은 세계의 공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