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이 ‘정확성’ 대신 ‘속도’를 강조하는 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방식을 개편한다. 대학가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선별 진료소를 늘리고 유보적 입장이던 신속항원검사를 적극 도입해 초기에 빠르게 확진자를 가려내기 위한 총력전을 펼친다. 이를 통해 일상생활과 지역사회에 퍼지고 있는 ‘n차 감염’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수도권 방역 상황 긴급 점검 회의’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언급한 ‘수도권 진단 검사 확대 및 역학조사 강화 추진 계획’은 △신속한 전수검사 △선제적 확진자 찾기로 요약할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우선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대학가, 서울역 등 150여 개 지역에 임시 선별 진료소를 설치하고 3주간 집중 검사 기간을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개인 휴대폰 번호만 제공하면 증상, 역학적 연관성을 불문하고 누구나 익명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발열, 기침, 호흡 곤란, 오한, 근육통, 두통, 인후통, 후각 소실, 폐렴 등 코로나19 유증상자 중 의사 소견을 받아야 검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바뀐 지침에서는 기존의 조건과 관계없이 선별 진료소를 찾기만 하면 검사가 가능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역시 브리핑에서 역학적 연관성이나 증상 유무에 관계없이 진단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임시 선별 진료소에서는 기존의 유전자증폭(PCR) 방식이 아닌 ‘타액·신속항원검사’가 적극적으로 도입된다. ‘타액 검체 PCR’ 검사는 기존 방식이었던 검사 대상자의 상기도(기도 중 상부)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침을 검체로 이용해 확진 여부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이를 활용하면 정확성은 PCR 검사의 92% 수준으로 다소 줄어들지만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폭 줄어든다. 타액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검사 방법이 기존과 동일하다. 정 청장은 이날 회의에서 기존의 비인두도말 PCR(콧속 깊숙이 면봉을 넣어 검체 채취 후 검사) 방식 외에도 타액 검체 PCR, 신속항원검사 등을 언급하면서 “검사 참여자가 편의성·신속성·정확성 등을 고려해 (세 가지 방식 가운데) 자유롭게 검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방역 당국은 미국·유럽과 달리 타액·신속항원검사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며 ‘속도’보다는 ‘정확성’에 방점을 둔 검사를 진행해왔다. 확진자 수가 타국에 비해 비교적 적고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1차(3월 대구 신천지), 2차(8월 광복절 도심 집회)와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방역 방향을 전환했다. 기존에는 확진자가 주로 특정한 시기에 특정 장소에서 집단으로 발생해 해당 장소와 연관된 사람들을 전수조사하는 방식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일상생활이나 소규모 모임에서 ‘소리 없는 감염’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방식이 요구된 탓이다. 무증상자들에 의한 가족 등 가까운 지인 내 전파를 막기 위해 신속한 진단이 필요한 만큼 역학조사에서 정확도를 다소 포기하고 속도에 힘을 싣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역시 이날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지역사회의 무증상·잠복 감염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선제적·공격적으로 진단 검사를 확대하려 한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방역 당국은 이르면 10일 오후 열리는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임시 선별 진료소에서 실시하는 신속항원검사는 수도권 유행 우려 지역의 무증상 감염원 차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선제적 환자 찾기”라며 “내일(10일) 열리는 브리핑에서 관련된 설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