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위’가 10일 열린 가운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와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검사징계위 등에 따르면 윤 총장 측은 회의에서 법무부가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점을 들어 기일 연기 카드를 내세우며 포문을 열었다. 감찰 기록 열람·등사와 기록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징계위는 회의 시작 약 1시간 만인 오전 11시30분 정회를 선언하고 윤 총장 측에 오후 심의 때 기피 신청을 하라고 고지했다.
징계위는 기록 검토가 충분치 않다는 주장에 “이미 많은 부분에 대한 등사를 허가했고, 어제부터는 등사되지 않은 부분도 등사가 아닌 열람·메모 형식을 허용했다”며 맞섰다. 윤 총장 측에 심의 틈틈이 기록 열람과 메모를 할 수 있게 허용했다는 논리다.
징계위는 이어 “내부 제보자 보호와 사생활 보호, 향후 내부 제보를 통한 감찰활동 보장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총장 측은 “징계 청구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기일 지정 등 절차를 진행한 것은 절차 위반”이라며 “징계 청구를 취소하거나 위원장 직무대리가 기일을 다시 지정해야 한다”고도 맞받아쳤다.
하지만 징계위는 “심의 개시 이전 절차에서는 장관이 기일 지정 등을 할 수 있다”며 변호인단의 주장을 기각했다. 전날 법무부가 윤 총장 측에 반박한 사유와 동일한 근거를 댔다.
오후 재개된 심의에서도 양측은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윤 총장 측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심재철 검찰국장, 외부 위원인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와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등 4명에 대해 기피 신청을 내며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징계위는 윤 총장 측 특별변호인들을 회의장에서 내보낸 뒤 비공개 회의를 열어 이 차관과 외부 위원 2명에 대한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심 국장은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하고 징계위에서 빠졌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피 신청 의결 과정을 놓고 공정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윤 총장 측의 기피 신청을 기각하는 과정에서 대상자들끼리 ‘짬짬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총장 측은 또 이날 심의 전 과정 녹음을 요청했으나, 징계위는 증인신문 과정에서만 녹음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속기사가 전 과정을 기록한다는 이유를 근거로 내세웠다.
징계위는 이례적으로 내부 논의 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검사징계법상으론 심의·결정에 참여한 사람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징계위는 이번 심의가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부 논의 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