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금태섭처럼 조응천도 ‘기권’ 던졌는데…민주당 징계할까?

투표 참여한 與 173명 중 ‘나홀로 기권’

1년 전 금태섭처럼 공수처법 기권했지만

與 “그때는 당론 지금은 아냐…존중할것”

보궐선거 앞두고 ‘소신파 내치기’에 신중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년 전 금태섭 전 의원과 같이 민주당의 핵심 입법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 ‘기권표’를 던져 당의 처분이 주목된다. 비록 이번에는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선 숙원 법안이었던 만큼 민주당 지지자들은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조 의원까지 처벌할 경우 ‘소수 의견’을 탄압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여당은 신중한 모양새다.

조 의원은 10일 공수처법에 사실상 기권 표를 던지고 국회 본회의장을 나가던 중 기자들과 만나 “그 동안에 입장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 공수처법은 재석 287인, 찬성 187인과 반대 99인, 그리고 기권 1인으로 통과됐다. 조 의원은 찬성과 반대, 기권 중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고 이를 ‘기권’이라고 스스로 표현한 것이다.조 의원은 “지난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그때도 난 반대했다”며 “지금도 그때와 똑같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날 처리된 공수처법에 대해 비판 입장을 꾸준히 내 왔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수처는 검·경이 수사 중인 사건을 가져올 수도 있고 기소권도 행사하게 만들어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됐다”며 우려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서 우리는 야당의 비토권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으니 과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그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법 개정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이 이같은 소신에 따라 기권표를 던지자 민주당 당원들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원 게시판에는 “조응천을 제명하라”는 요구에서부터 “검찰의 끄나풀” “비겁하고 역겹다”는 등 원색적인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조 의원은 이같은 당원들의 비판을 예견해 “그건 제가 감당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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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달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에서 강연하고 있다./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달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에서 강연하고 있다./연합뉴스


여권 내에서는 이같은 조 의원의 행적이 지난해 공수처법 제정안에 기권표를 던진 금 전 의원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공수처법에 기권표를 던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5월 회의를 열어 금 전 의원에게 ‘징계’를 의결했다. 이후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우리(민주당) 당론은 물론 국회법을 따르지만 ‘권고적 당론’과 ‘강제 당론’이 있다”며 “강제 당론은 반드시 지키라는 것이고 ‘공수처법’은 강제 당론이었다”고 말해 사실상 윤리심판원의 징계에 손을 들어줬다. 금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당 지도부가 결정을 내리지 않자 지난 10월 탈당을 결정했다.

다만 민주당은 금 전 의원 때와 달리 조 의원이 당론에 반하는 투표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이날 통과시킨 공수처법 개정안은 당론으로 의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본회의 전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당론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당론으로 결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공수처법에 대한) 기권이나 반대가 문제되지 않는다”며 “당은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의원님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정책간담회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정책간담회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조 의원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 것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중도 표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공수처법을 두고 여야가 1년 넘게 두 편으로 나뉘어 싸운 와중에 금 전 의원이 ‘공수처 기권표’ 던지고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자 중도 유권자들은 그를 주목했다. 지난 7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 전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중 5번째로 높은 7.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금 전 의원은 자신을 ‘중도’라고 밝힌 유권자들로부터 8.4%, 진보 유권자로부터 7.6%의 지지를 얻었다. 금 전 의원에 대한 중도층의 높은 관심도를 보여주는 셈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조 의원이 징계 조치를 받을 경우 ‘소신파’를 지지하는 중도층의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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