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귀성(사진) 종로광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광장시장에서만 55년간 빈대떡 장사를 해 왔다. 자영업자 폐업률이 10%가 넘는 상황에서 50년 넘게 버틴 것은 기적이다. 하지만 장사 베테랑으로 불리는 추 이사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앞에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추 이사장은 10일 서울경제와 만나 “광장시장에서만 55년 장사를 해 왔는데 지금처럼 어려운 때는 없었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은 전국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빈대떡이나 육회, ‘마약김밥’ 가게들은 하루 종일 긴 줄을 서야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손님들이 몰렸다. 주말 하루 방문객은 2만 여명에 달했고 이중 절반은 한국의 전통시장을 ‘맛’보러 온 외국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추 이사장은 “빈대떡 가게만 해도 지난 해 대비 매출이 30%나 떨어졌다”며 “그나마 기념품 가게 등에 비하면 먹거리 가게는 그나마 형편이 낫다”고 말했다. 일반 기념품 가게 등은 매출이 전년 대비 80~90% 급락한 곳이 수두룩 하다고 한다.
추 이사장은 “올해 초 코로나19가 처음 터졌을 때만 해도 정신적인 혼란이 컸는데 지금은 금전적인 피해가 가장 심하다”고 토로했다. 광장시장은 ‘전국구’ 시장이다 보니 임대료가 비싸고 고용 인원도 많다. 주방을 포함해 30평 매장 기준으로 하루 매출 150만원 이상을 벌어야 수지타산이 맞는데 코로나19로 이 목표에 가까이 가기도 버겁다는 게 추 이사장의 설명이다.
실제 광장시장의 대부분의 가게는 수개월째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벌어놓은 것으로 겨우 겨우 버티지만 임대료나 직원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땡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추 이사장은 “어떤 가게는 올 한해 1억원 이상 손실을 본 곳도 있다”며 “가게들이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이달 초부터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 년 장사를 해 오면서 고객과의 신뢰 때문에 문을 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사실상 대부분의 가게가 오늘 당장 문을 닫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게 추 이사장의 설명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보니 누구를 원망하거나 어떤 대책을 바라는 것도 딱히 없다. 추 이사장은 다만 “시장통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도 손소독제 비치나 테이블 거리 두기를 꼭 지키고, 상인들끼리 대화나 어울려 밥을 먹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 추 이사장은 “코로나19가 끝날 때 까지 광장시장에서만큼은 확진자가 나오지 않도록 전 시장상인이 똘똘 뭉쳐 자발적 방역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 지원도 지원이지만 국민들도 (자영업자) 응원차원에서 (광장) 시장을 자주 찾아 달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