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000240)의 한국아트라스비엑스(023890) 흡수 합병 내용에 관해 정정 요청을 하자 아트라스비엑스가 이번 합병의 최대 논란 거리인 자사주에 대한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자사주에 대한 신주 미발행이 기존 주주의 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적었던 예전 내용을 찬반 견해가 갈리는 이슈라고 바꿨다. 다만 강성 주주들은 자사주 소각과 공개 매수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어 이해 관계를 좁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합병의 목적과 배경, 형태, 합병 가액과 투자 위험 요소 등 주요 사항을 정정해 증권신고서를 11일 다시 제출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중요 사항이 누락됐거나 거짓 기재돼 있어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정정 신고를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필수적인 사안이 충분히 기재돼있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발표한 증권신고서에는 ‘아트라스비엑스 주주 입장에서 합병 자체로 인한 가치 상승 외에도 자기주식에 대한 합병 대가가 배정되지 않음에 따라 주주 가치 증대의 효과도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에는 ‘자기 주식에 대한 합병 신주 배정 여부에는 반대와 찬성하는 견해가 모두 존재한다’고 변경됐다. 또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부여 여부는 회사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고 적시했다. 실제 최근 3년 간 흡수합병한 사례 12개 중 삼호(대림건설)-고려개발, 제일홀딩스-하림홀딩스, CJ오쇼핑-CJ이앤엠, 사우스케이프-한섬피앤디 등 4곳은 신주를 배정했다.
신주 발행 여부는 이번 합병의 가장 큰 논란거리다. 아트라스비엑스가 이번 합병에서 58.43%에 달하는 자사주에 대해 신주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을 비롯한 일부 소액주주들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자사주 소각 효과가 사실상 일반 주주가 아닌 대주주에게만 돌아가는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합병 공시 기준 아트라스비엑스의 시가 총액은 약 5,000억원이다. 지분율로 따져봤을 때 한국테크놀로지그룹(31.13%)과 소액 주주(10.44%)는 각각 3,750억원, 1,250억원 어치의 아트라스비엑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합병으로 1,250억원의 가치가 500억원으로 축소된다는 것이다.
관련해 밸류파트너스는 △자사주 전량 소각 후 시가가 형성된 이후에 합병을 하는 방법 △자사주 소각 후 공개 매수를 하는 방법 △합병 이후 반대 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조정하는 방법 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증권신고서에 관해 금감원이 정정 요청을 2~3번 정도 하는 것이 통상적인 수순”이라며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기는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원안대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