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집값 대책이 오히려 전국 부동산 시장을 ‘불장(불같이 뜨거운 상승장)’으로 만들고 있다. 아파트에 대한 ‘사자’ 심리지수가 전국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겹규제로 신음하고 있는 서울 강남권에서도 매수 심리가 매도 심리를 다시 앞선 것이다. 각종 규제에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 대란이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임차 수요의 매매 수요 전환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규제지역에서는 지방 소도시에서도 연일 신고가가 나오며 풍선 효과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1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아파트 수급 동향 통계를 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10.2를 기록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공급과 수요 중 어느 것이 우위에 있는지를 0에서부터 200까지의 숫자로 나타낸 지수다. 해당 지수가 기준점인 100을 넘어가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팔겠다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방의 매매수급지수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주 수치인 110.3보다 높은 111.3을 기록한 것이다. 아파트 매수 심리가 지방까지 확산됐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지방에서는 매매가 ‘10억 클럽’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방 아파트 거래량도 올 1~10월 37만 건으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고가 주택이 밀집해 각종 규제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도 3개월 만에 ‘사자’ 심리가 ‘팔자’ 심리를 제쳤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99.2로 아파트를 매도하려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이번 주에는 103.1로 집계되며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아졌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지방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 전세가 흔들리면 매매도 함께 흔들리는 구조”라며 “최근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전세에 이어 매매가도 함께 오르고 있고, 제반 여건을 고려해볼 때 이 같은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과 대구의 30평대가 15억 원을 돌파하자 강남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착시 효과가 발생하며 강남으로도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화성 동탄의 임대주택 단지를 방문해 전세난을 해소할 수 있는 공공 임대주택을 충분히 보급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주택문제가 우리 사회 최고의 이슈로 부상하고 국민의 관심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이때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면서 “과감하게 재정적으로 보다 많은 투입을 하고, 평형도 보다 다양하게 만들고 발상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양지윤·허세민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