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고전통해 세상읽기] 일장일이 (一張一弛 )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활 시위 당길 때와 풀어줄 때가 있듯

사람은 일·휴식 균형 이루고 살아야

코로나19 기승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언젠가는 벗어나 행복 누리는 시절 와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진정 국면이 다시 위기 국면으로 바뀌자 정부는 방역 단계를 올리는 대응을 내놓았다. 시민들은 코로나19의 1·2차 대유행을 겪은 터라 그 피로감이 훨씬 더 숨 가쁘게 느껴지고 소상공인은 영업 제한으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영국 정부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긴급 승인하고 국민에게 접종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의 종식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지만 아직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더 “코로나19는 도대체 언제 종식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동아시아 고전에도 자연재해, 정치 혼란, 장기 전쟁 등으로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사람들은 현대보다 과학기술이 뒤떨어진 시대를 살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에 지지 않고 이겨내는 지혜를 찾았다. 고통이 아무리 심각해도 영원히 지속하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바뀌리라는 믿음을 가졌다.



정치 혼란은 일치일란(一治一亂), 즉 잘 다스려지는 시절이 있으면 아주 혼란스러운 시절이 있다고 봤다. 지금 세상이 혼란하더라도 결국 안정된 시절이 도래하리라 믿었다. 가뭄과 홍수는 일음일양(一陰一陽), 즉 음의 기운이 주도하는 시절이 있으면 양의 기운이 주도하는 시절이 있다고 믿었다. 홍수가 극성을 부려도 언젠가 끝이 있고 가뭄이 기승을 부려도 언젠가 끝이 있으리라는 것이다.


노동과 휴식도 일장일이(一張一弛), 즉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길 때도 있고 느슨하게 풀어줄 때도 있는 양상을 보인다. ‘예기’ 잡기(雜記)에 보면 공자와 그의 제자 자공이 일장일이와 관련해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 동지가 지나고 묵은해와 새해가 만나는 즈음의 납일(臘日)이었다. 납은 두 해가 만난다는 접(接)의 뜻이다. 이즈음에 국가 차원에서 종묘와 사직에 제사를 지내며 고마움을 나타내고 민간 차원에서 새를 잡아먹는 등 꽤 떠들썩하게 시간을 보내며 한 해의 노고를 위로했다. 후자를 ‘납향(臘享)’ 또는 ‘사제’라고 불렀다. 이는 오늘날 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이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송년회나 신년회를 하면서 흥겹게 들뜬 시간을 보내는 풍습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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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이 사람들이 술과 음식을 먹으며 신나게 축제를 벌이는 납향을 구경한 모양이다. 공자는 그런 자공에게 납향의 구경이 즐거웠냐고 물었다. 자공은 온 나라 사람들이 너무 흥겹게 노는 나머지 미쳐 날뛰는 것처럼 보일 뿐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에 공자는 자공에게 활시위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자공이 무엇을 잘못 생각하는지 깨우쳐줬다. 즉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기기만 하고 느슨하게 풀어주지 않는 방법은 위대한 문왕과 무왕도 할 수 없고 반대로 활시위를 느슨하게 풀어주기만 하고 팽팽하게 당기지 않는 방법도 위대한 문왕과 무왕도 할 수 없다. 한 번 팽팽하게 당겼으면 한 번 느슨하게 풀어주는 방법이 바로 위대한 문왕과 무왕의 길이다(장이불이·張而不弛, 문무불능야·文武弗能也. 이이부장·弛而不張, 문무불위야·文武弗爲也. 일장일이·一張一弛, 문무지도야·文武之道也).”

여기서 장과 위는 활시위를 매기는 방식을 나타내면서 사람이 노동으로 긴장된 시간과 휴식으로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나타낸다. 즉 사람이 노동만으로 살 수 없고 납향과 같은 축일에는 맘껏 놀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공자는 이 논리로 납향의 즐거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 중독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자공에게 한 수 가르침을 주고 있다.

사람이 한 해만 사는 것이 아니므로 일과 휴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코로나19도 지금 당장 끝날 고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지속될 수도 없다. 인간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되는 길을 찾을 것이다. 일치일란과 일장일이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려서 고통을 겪는 시절이지만 언젠가 그로부터 벗어나 행복을 누리는 시절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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