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巨與 중대재해법 '이중처벌' 논란에도 노동계 의식 강행

[巨與 중대재해법도 밀어붙이나]

與, 떨어지는 지지율에 입장 바꿔

산안법 처벌에 또다른 징역 철퇴

헌법 '과잉금지 원칙' 위배 지적

기업들 "과도한 징벌…사업 못해" 패닉

1215A04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더불어민주당이 ‘기업규제 3법’에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까지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선언하자 기업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중대재해법이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여당의 기류가 완전히 선회한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먼저 중대재해법 처리를 주장하며 이슈를 선점하고 핵심 지지층 역시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신중론’을 보였던 이낙연 대표가 전격적으로 입장을 틀었다는 해석이다.

11일 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과 더불어 중대재해법 입법이 사실상 ‘당론’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재계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안 통과 시점은 내년 2월이 유력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중대재해법 입법과 산안법 개정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9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해마다 2,000여 명이 희생되는 불행을 막아야 한다”며 중대재해법 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김태년 원내 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이 중대재해법 제정 대신 기존 산안법 개정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자 관련 논란은 순식간에 사그라지는 듯했다. 이 같은 국면은 여당이 최근 핵심 지지층 이탈 등으로 역대 최저치 지지율을 기록하자 또다시 반전됐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실상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있는 셈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안법 개정안과 입증 책임, 처벌수위와 실효성, 징벌적 손해배상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구분된다. 영국의 ‘기업 과실치사 및 기업 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에서 이름을 따온 중대재해법은 기업에 명확한 책임을 묻는 것이 특징이다. 경영 책임자가 안전 이행 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유기징역이나 최소 벌금형에 처해 지는 방식이다. 특히 이 법은 기업이 일으킨 산업재해뿐 아니라 일반인 사상자를 낸 시민 재해에도 적용된다. 법인(기업)은 물론 사업주, 경영자, 관련 공무원까지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중대재해법은 특히 안전 의무를 위반해 하청 노동자 등이 사망했을 경우 형량과 벌금에 하한선을 정했다. 정의당 안은 사업주에게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000만 원 이상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민주당 안은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상의 벌금형’을 내리도록 했다. 아울러 중대재해법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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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산안법 개정안은 예방과 경제적 제재에 초점을 뒀다. 산재를 방치한 기업이 금전적 불이익을 입도록 해 스스로 예방 조치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산안법 개정안은 사업주에게 중대 재해 발생과 근로 감독 지정 사항에 대한 확인 의무를 부과한 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업주가 처벌받도록 한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의무를 지키지 않았는지’만 판단해 잘못 여부를 신속하게 가리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대재해법과 다르게 사업주에게 부여하는 징역형에 대한 하한선이 없고 징벌적 손해배상이 없는 것도 다른 점이다.

재계는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규제 법안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경영 활동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대재해법의 경우 산업재해 사고에 대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게 하한형을 둔 형사처벌을 받게 함으로써 경영자들의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 산안법도 근로자 사망 시 사업주에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중대재해법까지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 번의 사고로 사업주가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자유롭게 경영 활동을 할 수 있겠냐”며 “과도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기업들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예방 시스템도 없이 처벌에만 목적을 둔 법안은 실효성도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여당의 이 같은 입법 독주를 야당이 제어할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경영 책임자가 안전 및 보건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징역 5년 이상의 처벌을 가하는 내용의 ‘중대재해법’을 발의하는 등 오히려 여당을 압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은 산안법을 대안으로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후로 중대재해법 처리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대재해법) 제정 의지를 충분히 표명했다”며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것만큼 확실한 의사 표명이 있느냐”고 강조했다.
/박진용·김혜린·전희윤기자 yongs@sedaily.com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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