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토요워치] 현금 '내던' 할아버지도 요즘은 '댄다'

[코로나가 앞당긴 캐시리스사회]

신용카드 넘어 '페이' 대중화

'출근서 퇴근' 현금 쓸 일 없어

감염 우려에 비접촉 소비 확대

'현금 종말의 시계' 더 빨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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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속에 현금이 얼마나 있습니까? 아니 언제 마지막으로 현금을 사용했습니까?’

현금을 쓰는 게 어색한 사회가 됐다. 신용카드가 보편화된 지 오래됐고, 이제는 각종 ‘페이’라는 이름의 간편 결제 시스템도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현금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A 씨의 일상을 보자. 출근길 지하철을 탈 때는 신용카드를 이용하고 회사 1층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살 때는 애플리케이션 속 충전 카드를 사용한다. 점심이나 저녁에 여러 명이 함께 먹어도 각자 카드 결제를 하거나 간편 송금으로 결제한 사람에게 돈을 보낸다. 요즘은 돈을 보내기 편한 카카오페이의 1/n 결제도 자주 이용한다. 현금을 써본 것을 떠올려보면 두 달 전 친구 결혼식에 축의금을 낼 때였다. 재래시장에서도 카드를 내미는 데 미안함이 없고, 노점에서 떡볶이를 먹어도 계좌 이체를 하는 게 익숙하다. 전에는 거의 매주 ATM에서 현금을 인출했지만 요즘은 현금을 쓸 일이 없으니 지갑에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도 당연히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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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18년 ‘가계 지출 중 상품 및 서비스 구입’에 대한 현금결제 비중은 19.8%까지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캐시리스(cashless) 사회’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생활이 늘어나 현금을 쓸 일은 더욱 줄었다. 현금은 물론 카드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며 꺼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탓에 올해 우리나라의 현금결제 비중은 10%대 초반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금 사용이 줄어든 게 꼭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지폐나 동전의 발행 비용 감소, 거래·보관 비용 축소, 위조 방지, 거래 투명성 증대 등을 목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를 유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14년 세계 최초로 ‘현금 없는 국가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1661년 유럽 최초로 지폐를 발행했던 스웨덴은 유럽 국가 중 가장 빠른 오는 2023년에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5년부터 1,000유로 이상 현금결제를 금지했고 호주 역시 2019년 7월부터 1만 달러 이상은 현금으로 살 수 없게 했다. 현금 사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일본 역시 내년으로 미뤄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비현금 결제 시 5%를 환급해주는 정책을 도입하며 캐시리스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의 발전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캐시리스 사회를 맞이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간편 결제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그 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나아가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 발행 움직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디지털 화폐가 보급되면 그때는 정말 실물화폐가 사라지는 시기가 되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시기에 지폐나 동전은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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