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푸른색 천 구조물 때문에 전시장 입구가 꽉 막혔다. 들어갈 수 없다 싶으니 비집고 들어가고픈 충동이 더욱 커진다. 호흡하는 폐처럼 팽팽하게 부풀었던 푸른 덩어리가 말캉하게 줄어드는 순간 얼른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설치미술가 우정아의 신작 ‘로프트(Loft):숨’이다. 경기도 파주시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한창인 개인전에 맞춰 제작한 장소특정적 작품이기도 하다. 밖에서는 벽처럼 느껴졌던 작품이 안에서는 뛰어들어 벌렁 드러누워도 될 것 같은 아늑함을 풍긴다.
지난 1991년 숙명여대를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가 시카고예술대학 조소과에서 수학한 우 작가는 2008~15년 미국 뉴욕·디트로이트·시카고 등 빈민가에서 관객참여형 인형극 ‘트럭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관객의 경험을 중시하는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가 바로 하얀 천을 커다랗게 부풀려 구불구불한 내부로 사람이 오갈 수도 있게끔 제작한 ‘로프트’ 시리즈다. 위층도 다락도 아닌 건축용어 로프트의 뜻처럼 그의 작품은 안과 밖,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기능한다. 작가는 약 3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으로 로프트의 형태를 결정한 다음 수십 장의 천 조각을 바느질로 이어 붙여 구름처럼 부드러운 형태를 만든다. 단,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을 고집하며 작품이 놓일 장소의 의미와 상황에 맞게 변주를 가미한다. 바람을 넣어 부풀리면 40평까지 확대되지만 바람을 빼면 한 줌 천으로 돌아와 가방에 넣어 어디든 옮겨다닐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처음 전시됐고 이후 한강공원,마로니에 공원 등지에서 쉼터처럼 선보였다. 흰색이 아닌 파랑의 유색 ‘로프트’는 이번이 처음이며, 일렁이는 파도의 움직임을 형상화 했다.
전시장의 또 다른 벽에 붙은 ‘로프트:무제’는 거대한 사람의 얼굴을 보여준다. 공기가 차 오르면 생기있고 매끈한 얼굴로 차올랐다가 공기가 빠지면서 축 쳐지기를 반복한다. 호흡이 다 하는 순간 생을 마감하듯 작품은 들숨과 날숨을 통해 생명과 죽음을 오간다. 바람이 빠지면서 생기는 주름의 자연스러운 이치를 새삼 일깨운다. 전시는 24일까지.
/파주=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