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작은 쇠구슬을 굴리는 것만으로 산업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암모니아를 만들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암모니아는 비료, 폭발물, 플라스틱, 의약 등의 제조에 사용되는 세계 10대 화학 물질 중 하나다.
세계적으로 연간 약 1억4,000만톤의 암모니아가 생산되는데 최근에는 수소 연료의 저장체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백종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팀은 작은 쇠구슬들이 부딪히는 물리적인 힘으로 기계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볼 밀링법으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로써 복잡한 설비 없이 필요한 위치에 바로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암모니아 가스를 액화해 운송하거나 저장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촉매로 쓰이는 철가루도 가격이 저렴하다. 100년 전에 개발된 기존 하버-보슈법과 달리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인류가 배출하는 전체 이산화탄소 중 약 3%가 하버-보슈법을 이용한 암모니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용기에 쇠구슬과 철가루를 넣고 회전시키면서 질소 기체와 수소 기체를 차례로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빠르게 회전하는 쇠구슬에 부딪혀 활성화된 철가루 표면에서 질소 기체가 분해되고, 여기에 수소가 달라붙어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방식을 통해 45도와 1바(bar·압력의 단위)의 저온·저압 조건에서 82.5%의 높은 수득률로 암모니아를 생산했다. 수득률은 반응물에서 생성물을 얻는 효율로, 수득률이 높을수록 경제적이다.
기존 암모니아 생산 공정인 하버-보슈법에 비해 200분의 1 수준의 압력과 10분의 1 수준의 온도에서 3배가량 높은 수득률을 보였다. 하버-보슈법의 경우 450도와 200바에서 약 25%의 수득률로 암모니아를 얻을 수 있다.
백 교수는 “암모니아를 고온·고압 설비 없이 각종 산업 현장에서 생산할 수 있어 저장·운송에 쓰이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나노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실렸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