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임대료 부담은 공정한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신음이 깊어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 같은 화두를 던졌다. 정부의 불가피한 영업 제한·금지 조치로 매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임대료까지 부담토록 하는 것은 가혹하기 때문에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의중이 반영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임대료를 제한하는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임대인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전날(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영업이 제한 또는 금지되는 경우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린다”고 말했다.
앞서 “중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이 특히 시급하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착한 임대인 운동’을 확산하기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 정책자금 지원과 코로나로 인한 영업 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 금융지원 확대 등이 그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러나 여기에 머물지 말고, 한발 더 나아가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약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통의 무게를 함께 나누고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높여나갈 방안에 대해 다양한 해법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여당이 추진하는 임대료 멈춤 법안 처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사가 멈추면 임대료도 멈춰야 한다”며 임대료 멈춤법(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집합금지 업종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임대료 등을 청구할 수 없게 하고, 집합제한 업종의 경우 기존 임대료의 2분의 1 이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의당도 관련 논의에 뛰어들었다. 김종철 대표는 14일 “임대료 고통을 분담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거리 두기 2단계 이상 적용 기간에 한해 건물주와 임차인과 국가가 각각 3분의 1씩 재정 부담을 지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여야가 합의하면 대통령이 긴급경제명령으로 실행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회동을 촉구했다.
특히 여당에서 임대료 멈춤법이 공론화된 이후 문 대통령이 ‘임대료 공정론’ 언급하자 입법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방역 지침에 따라 영업을 제한할 경우 깎아준 임대료의 50% 세액공제, 금리 우대 등을 해왔는데 더욱 강화해주길 바란다는 뜻”이라며 “(이동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염두에 둔 건 아니고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을 검토하라는 지시”라고 설명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워낙 임대료 문제가 중요하다 보니 언급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비판을 쏟아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은 임대료를 받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인가, 아니면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임대인과 임차인을 또 편 가르기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해야 할 시기에 부적절한 메시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