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문턱 높아지자 고신용자 카드론 두달새 4배...저축銀도 신용대출 금리 상향

[은행 대출 규제 '풍선효과']

9월 '5% 이하' 카드론 비중 0.8%

지난달 2금융권 가계대출 4.7조↑

SBI저축銀 등 금리올려 속도조절

중·저신용자 대출문턱 더 높아져




은행권 가계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을 새로 이용하는 고신용자의 비중이 두 달 새 네 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와 집값 상승, 주식시장 열기로 자금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겹겹이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은행에서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지 못한 고신용자들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제2금융권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 대출길이 좁아진 고신용자가 제2금융권으로 향하는 ‘풍선 효과’가 현실화하면서 연쇄적으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올 들어 역대 최대로 가계 대출이 늘어난 저축은행은 고소득·고신용자의 대출 문의가 쇄도하자 신용 대출 금리를 올리고 전반적인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에서 신규 취급된 카드론 가운데 금리가 연 5% 이하인 금액의 비중은 0.8%로 집계됐다. 이 비중은 올 7월까지 0.1~0.2%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 8월 0.4%로 급증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두 배가 늘었다. 이들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가 연 12~13% 안팎임을 고려할 때 연 5% 이하의 낮은 금리로 카드론을 이용한 비중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신용도가 높은 고객이 많이 늘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금리 연 10% 이하 카드론 취급액 비중도 20.1%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추가 인하한 직후인 6월(20.4%)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다시 20%를 넘어섰다. 9월은 대규모 국채 발행 등으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던 때였는데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카드론 취급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여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는 금융권 전반에서 대출 수요가 컸는데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고신용 고객이 카드론을 찾는 경우가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사들도 수익성 방어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양질의 카드론을 늘릴 유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1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실제 은행권은 9월 전후로 대출금리를 높이고 고신용·고소득자를 중심으로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가계 대출 조이기를 본격화했다. 금융 당국이 급증하는 신용대출에 수차례 구두 경고를 날리고 주요 은행 임원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은 많고 신용 등급은 높지만 자산이 적어 대출이 불가피한 수요자의 경우 은행권에서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리지 못하면 금리가 좀 더 높아도 비은행권으로 향할 유인이 있다”며 “주택·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고 은행권에 사실상의 신용대출 총량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풍선 효과는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 대출은 4조 7,000억 원 늘어 2016년 12월 이후 4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상호금융(2조 1,000억 원)과 여신전문금융사(1조 1,000억 원), 저축은행(9,000억 원)에서 두드러지게 늘었다.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달 감소세였지만 6월 부동산 대출 추가 규제 시행 이후 은행 신용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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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창구/연합뉴스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창구/연합뉴스


인위적인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정작 제2금융권의 주 이용자인 중·저신용자의 대출길은 더 좁아지게 됐다. 실제 주요 중대형 저축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신용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며 급전 쏠림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은행권에서 고소득자 대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에서 충분한 대출을 받지 못한 고소득자들의 대출 문의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A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규제 직후인 이달 초에는 고소득자의 신용 대출 문의가 평소보다 약 두 배 증가했다”며 “이 중 일부는 대출 실행으로 이어져 이달 들어 고소득자 신용대출이 10~2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가계 대출이 급증하면서 저축은행도 속도 조절에 돌입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지난달 신용 대출 평균금리는 16.84%로 전달보다 0.04%포인트 올랐고 한투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도 각각 0.37%포인트, 1.47%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급증하는 가계 대출을 관리해달라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축은행들은 개별적으로 금리를 조정하고 대출 심사도 강화하는 등 신용 대출 증가에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신용자가 제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역설이 발생하면서 연쇄적으로 저소득·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조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리스크를 제어하려면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와 신용평가 시스템을 점검하고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역할”이라며 “지금처럼 금리를 높이거나 개별적인 경제주체의 대출을 일일이 규제하는 식의 대증 요법으로는 부작용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빈난새·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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