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내년에도 희망이 없습니다. 차라리 거리 두기를 3단계로 빨리 격상해 내년에라도 정상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 않자 각계각층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연말 대목은 물 건너간 만큼 거리 두기 3단계를 단행해 내년이라도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학원가는 집합 금지를 풀어달라며 집단소송에 나섰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학습 능력 저하와 더불어 육아·사교육비 문제 등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A 씨는 “매달 200만 원 가까운 적자를 보고 있다. 차라리 일일 확진자가 100명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2주에서 한 달 정도만 봉쇄해버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다”며 “주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차라리 지금 3단계로 올려서 코로나를 꺾은 후 내년에 정상적으로 장사를 하는 게 낫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38) 씨도 “카페 업주들한테는 지금이나 3단계나 다를 게 없다”며 “차라리 하루라도 일찍 강도 높은 거리 두기 3단계를 실시해 새해에는 정상 영업을 하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성 모(56) 씨는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해 은행 이자 감면 등 정책 시행이 시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원가는 수도권 원장 180여 명이 서울중앙지법에 정부를 상대로 총 9억 3,5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 속에 학원에 대해서만 사실상 3단계 조치인 집합 금지 명령을 내린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다. 학원총연합회는 서울시청과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집합 금지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학원장들은 정부의 수업 제한 기준에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입시 및 취업 관련 수업은 가능하도록 했지만 취업 관련 수업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유원 학원총연합회 회장은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취업 준비 과정은 대면 수업이 가능하지만 교육부가 지정한 취업 준비 과정은 대면 수업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명확한 기준 없이 제한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치원생이나 학생 자녀를 둔 수도권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학습 능력 저하와 사교육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날 기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내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전면 원격 수업으로 전환했다. 김 모 씨는 “큰 아이가 내년에 3학년이 되는데 수학 분수 계산처럼 어려운 내용들이 나오면 진도를 못 따라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박 모(가명) 씨는 “어쩔 수 없이 같은 아파트 단지 학부모 몇 분과 함께 과외 선생님을 구해 소규모로 주요 과목별 과외를 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탓에 방문 과외 수요가 늘어서인지 점점 과외비가 올라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병권·한민구·허진·심기문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