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LG(003550)그룹이 ‘계열 분리 반대’를 외친 헤지펀드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의 공격 대상이 되면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상위 5위 그룹 가운데 롯데를 제외한 삼성·현대차(005380)·SK(034730)·LG는 모두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권 간섭을 경험하게 됐다.
외국계 헤지펀드가 소수 지분을 쥐고 대기업을 뒤흔든 사례는 2년에 걸쳐 진행된 뉴질랜드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의 SK그룹 공격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소버린 사태’는 지난 2003년 3~4월 SK글로벌의 분식 회계와 최태원 회장의 구속으로 SK㈜ 주가가 폭락한 시기를 틈타 소버린이 1,786억 원을 쏟아부어 지분 14.99%를 확보한 것에서 시작된다.
소버린은 사외 이사 추천과 자산 매각, 최 회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SK를 압박했다. 소버린은 경영권 장악에는 실패했지만 2년간의 지분 보유만으로 9,000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올렸다. SK텔레콤을 먹잇감으로 삼았던 타이거펀드(1999년), 삼성물산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2004년)도 각각 6,300억 원, 380억 원이라는 차익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소버린과 맞선 SK그룹은 당시 모든 자원을 경영권 방어에 쏟아부은 탓에 2004년 한 해 설비투자가 전년보다 56%까지 감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았다. 엘리엇은 지분 보유를 공개한 2018년 4월 이후 20개월간 지배 구조 개편안에 반대하고 8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초고배당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경영권 간섭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 엘리엇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현대차 안팎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공들여야 할 시기에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개정된 상법 등 기업 규제 3법은 소액주주 보호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무력화했다”며 “기업의 성장이나 미래에 관심이 없는 헤지펀드 때문에 ‘잃어버린 몇 년’을 경험하는 곳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