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에 관심이 높아지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전통적 고배당주로 꼽히는 은행주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금융 당국의 배당 제한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로 올해 배당수익률이 전년보다 못하다는 증권가의 전망까지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105560)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49% 하락한 4만 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실적 개선과 배당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지난달 26일 4만 8,45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연말에 더 가까워진 이날 오히려 5%가량 내려앉았다. 신한지주(055550) 역시 이날 1.61% 하락한 3만 3,5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신한지주 주가 역시 지난달 26일 장 중 기록한 3만 5,000원에 비해 내려앉은 모습이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서는 하나금융지주(086790)만이 이날 0.55% 소폭 올랐다.
은행주는 통상 연말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는 한다. 12월 말 무렵인 배당 기산일에 맞춰 주식을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기에 11~12월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높다. 실제로 이들 4대 금융사는 모두 지난해 12월 16일 주가가 장 중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달 들어 코스피가 5% 이상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금융주는 외면 받는 모습이다.
금융주들의 약세는 올해 연말 배당이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금융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비해 은행들의 배당 축소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에 배당금을 나눠주기보다 환율 변동이나 경기 침체 등 외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보금을 쌓아 손실 흡수 능력을 키우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은행들의 올해 연말 배당이 지난해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온다. NH투자증권은 국내 7개 은행(KB·하나·신한·우리·BNK·DGB금융지주·기업은행)의 올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 평균을 전년 평균 24.3%보다 줄어든 23.7%로 내다봤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의 중장기적 배당성향 목표는 30%로 변화가 없고 각사의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확인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상황에서 전년 대비 배당성향을 높이기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역시 주요 은행들의 배당수익률이 전년도에 비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은행들의 올해 주당배당금(DPS) 추정치도 △신한지주 전년도 1,850원→올해 1,690원 △하나금융지주 1,600원→1,580원 △우리금융지주(316140) 700원→510원 △기업은행 670원→500원 등으로 전망했다. 강현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융 당국이 금융권의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배당 축소를 권고하고 있어 배당이 전년도에 비해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보험·증권 등 금융 업종의 배당수익률이 전년도보다 소폭 하락한 4.2%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