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희옥 칼럼] 질문에 능한 CEO를 호명하는 시대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

디지털경제가 GDP 36% 넘은 中

광군제 열풍·2억 일자리 창출까지

끊임없는 질문·토론서 얻은 성과물

韓, 칸막이 버리고 남의 것 배워야

이희옥 성관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학문은 배워서(學) 묻는(問) 것이다. ‘마땅히 있어야 할 상태와 지금 상태의 차이 사이의 틈에서 발생’하는 문제(問題)를 제대로 포착하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해답은 범용화된 인공지능(AI)의 시대에 올라탈 수 있다. 위기가 오면 전가의 보도처럼 혁신, 패러다임, 변화, 사고의 전환을 주문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것은 수단일 뿐 비전과 목적은 아니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미리 도착한 미래에 대한 새로운 질문과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절박하게 요청하고 있다. 건강, 아름다움, 가족, 원격, 회복기술(resilient tech) 등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삶의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묻고 있다.


사실 중국이 탈냉전의 파고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사회주의에 충실했다기보다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으로 운전한 결과다. 지난 1978년 중국이 개혁 개방을 시작할 때 덩샤오핑은 ‘도대체 사회주의는 무엇인가’ ‘가난도 사회주의인가’ ‘누군가 먼저 부자가 돼야 따라 배우지 않겠는가’를 물었다. 그의 근본적 질문은 시장과 계획의 오랜 울타리를 걷어냈다. 그는 자본주의의 생명력은 뼛속까지 ‘차이’를 만들어 대중이 소비하게 하는 것이며 반대로 사회주의의 위기는 바르게 욕망하라는 훈육에서 왔다는 것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대전환의 시대에 제대로 질문하고 제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만 하면 해법은 곳곳에 널려 있고 필요하면 생각하는 기계의 힘도 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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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미국이 중국을 거세게 때리고 있다. 탈동조화·탈중국화·탈사회주의를 주문하면서 집단과 동맹을 묶어 함께 때릴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은 어떻게, 무엇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은 장고에 들어갔다. 우선 국내 순환과 국제 순환을 결합하는 쌍순환 전략을 들고나와 중국을 단일한 가치 사슬로 묶을 수 있는지 지금의 비대면이 역진 가능한 것인지를 묻고 있다. 이미 수천 년 전 상(商)나라의 후예처럼 상인 정신으로 무장하고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빠르게 밀어내고 있다. 갈 곳을 잃은 중국의 중장년층도 디지털 세계에 눈을 뜨면서 새로운 시대에 올라탔고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 규모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6.2%를 차지했고 지난해 이 분야에서만 약 2억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올 11월 1일에서 11일까지 열흘 동안은 중국에서는 인터넷 소비 열풍을 불러일으킨 ‘광군제’ 기간이었다.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 새로운 시장의 형성이었다. 이 기간에 티몰과 징둥의 인터넷 쇼핑몰에서만 우리 돈으로 130조 원어치를 팔았다. 중국 내 300개 도시 내 80만 가구 주택이 매물로 나와 수십만 건이 거래됐고 33만 대의 자동차 주문이 이뤄졌다. 이번 행사의 핵심 슬로건은 품질과 ‘정품 보장’이었다. 온라인에서의 소비자 신뢰 문제를 오랫동안 주목해 온 결과였다.

그러나 본질을 꿰뚫는 질문과 생각의 힘은 우연한 아이디어에서 샘솟지 않는다. 끊임없이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생각을 버려야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이를 위해서는 공부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한국의 공무원들은 어느 국가보다 우수한 자원이다. 그러나 지금도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한 인력을 만들어 내지만 정작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조직의 비전과 활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중국공산당의 핵심 조직인 중앙정치국 위원들은 평균 40일에 한 번씩 모여 대토론을 겸한 집체학습을 거르지 않는다. 시진핑 체제 들어 벌써 26회나 열렸다. 중국 최고 전문가를 불러 국정 현안은 물론이고 빅데이터·AI·블록체인에 이어 최근에는 양자역학까지 공부했다. 칸막이를 버리고 남의 것에 대한 견문을 익히지 못하는 한 질문하지도 못하고 중요한 질문도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 수 있어야 대한민국에도 지속 가능한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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