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조선의과학이야기]조선시대 법의학 현장을 가다

고인돌 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안나미 교수의 '조선의 과학 이야기'

3강.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라(법의학)

조선시대 정밀한 과학수사 기록으로 확인

조선시대 범죄의 심리와 처리를 기록한 판례짐인 심리록/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조선시대 범죄의 심리와 처리를 기록한 판례짐인 심리록/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1785년 황해도 평산에 한 여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시신에는 목 아래 찔린 자국이 있고, 귀뿌리가 검푸르고 목덜미와 목에 목을 맨 자국이 있었다. 관아에서는 사인을 스스로 목을 칼로 찌른 것이라고 했다.

죽은 여자의 남동생은 누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으며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면서 억울한 누명을 밝혀달라고 격쟁(擊錚:징을 쳐서 알림)하였다.‘


조선 영정조 시대 각종 범죄의 심리와 처리를 기록한 판례집인 심리록(審理錄)에 실린 판례 중 하나이다. 사건은 어떻게 전개가 되었을까.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면 범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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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미 성균관대 한문학과 겸임교수가 진행하는 ‘조선의 과학이야기’이다. 총 5강으로 진행되는 이번 강의는 1강 ‘하늘의 이치는 땅에 구현된다(천문학)’ 2강 ‘논밭의 면적을 계산하라(수학)’ 3강 ‘억울한 죽음은 없도록 하라(법의학)’ 4강 ‘정확한 시간을 알려라(물리학)’ 5강 ‘불을 쏘아 나라를 지켜라(화학)’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세 번째 강의에서 안 교수는 ‘억울한 죽음은 없도록 하라(법의학)’라는 주제로 조선시대의 법의학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소개한다.

안 교수는 “심리록에는 세 사람의 조사관이 동행해 사건 현장을 가서 의견을 교환해서 정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사건은 불륜을 저지른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들키자 며느리를 칼로 찔러 죽인 다음 목을 맨 것처럼 위장한 사건이라는 사실이 조사결과 밝혀졌어요. 정밀하고 정확한 과학수사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정조는 당시 죄는 미워하되 백성들을 억울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철칙을 갖고 있었어요. 죽은 사람도 살인자도 억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왕의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과학적인 수사가 진행되었지요.” 강의는 ‘신주무원록(新註無寃錄)’ ‘추안급국안(推案及鞫案)’ 등 조선시대 법의학관련 사료에 실린 여러 사례를 통해 당시의 과학 수사의 현장을 확인해 나간다.

한편 이번 강좌는 지난 10월 26일 공개된 ‘고인돌2.0’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인돌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하는 인문 교육 사업으로 8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팬데믹으로 직접 강의실을 찾아가는 대신 전문가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 특히 올해 ‘고인돌 2.0’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강의를 기획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중고등학생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커지고 있어 중고등학교 교과목과 연계한 프로그램과 일상 속 인문학적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아울러 인문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려는 성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의도 풍성하다. 2020년 ‘고인돌 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사업은 SK이노베이션, 한화생명, 농협생명, 교보생명, DB손해보험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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