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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이어 모더나도 접종 임박...韓 백신 확보 전략 사실상 실패

[코로나19 3단계 초읽기]

美, 18일 긴급 사용승인 예정인데

방역당국 여전히 계약 매듭 못져

선계약 완료한 아스트라제네카는

신뢰도 문제로 접종 일정 불투명

미국이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까지 사용을 승인하기로 결정했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계약조차 매듭 짓지 못하고 있어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선구매 계약을 완료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신뢰도 문제가 발생해 국내 접종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의료계에서는 백신 접종이 미뤄지면 한국의 코로나19 종식 시점도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5일(현지 시간)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효과적이라는 검토 결과를 내놨다. FDA 자문 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가 17일 회의에서 모더나 백신 긴급 사용을 권고하고 FDA가 오는 18일 최종 승인하면 미국은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 백신까지 확보하게 된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들 두 회사의 백신 도입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화이자·얀센과 코로나19 백신 공급 관련 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여전히 계약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국과 캐나다가 이미 7가지 종류의 백신 복수 구매를 확정한 데다 일본·인도·브라질·칠레 등도 3종류 안팎의 백신 구매를 확정한 데 비하면 터무니없이 느린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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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큰 문제는 방역 당국이 유일하게 구매 계약을 끝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신뢰성 문제가 제기돼 실제 접종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애드리안 힐 제너 연구소장은 지난 9일(현지 시간) “FDA 임상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면 2021년 중반이 돼야 미국에서 백신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9월 임상 참여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해 시험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나 FDA의 긴급 승인 관련 회의에서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이로 인해 FDA 승인이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방역 당국은 미국 FDA와 별개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승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접종 시기를 당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같은 조건에서 미 FDA가 승인을 거절한 백신을 국내 방역 당국이 승인한다면 안전성 문제가 크게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백신 전략이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백신 개발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개월여 동안 한곳과만 계약해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상황은 예측이 쉽지 않고 중간에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효능이 높은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실패 가능성을 가정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백신과 관련해 전략이 부재한 상태고 아스트라제네카 승인이 빨리 끝나 내년 2월에 접종을 시작해도 너무 늦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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