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FOCUS] 행동주의 펀드 타깃된 ㈜한진, 한진칼과 비교해보니

오너일가 퇴진 요구한 KCGI와 달리 경영 참여 집중하는 HYK

㈜한진, 오너일가 이사회 참여 안해…직접 보유한 주식도 적어

한진해운 등 계열사 지원으로 본업 ‘방해’…유휴자산 재평가 요구도

GS홈쇼핑 우군으로 확보했지만 ‘3% 룰’ 시행 변수로 남아




사모펀드(PEF) 운용사 HYK파트너스가 ㈜한진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한진칼(180640) 이후 경영권 분쟁 2차전의 막이 올랐다. ㈜한진의 2대주주인 HYK파트너스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편과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 가치 회복을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외견상 한진칼 경영권 분쟁과 유사한 논리 구조이지만 한진칼과 ㈜한진이 처한 상황은 다소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너일가 대립각 세웠던 KCGI…경영참여에 집중하는 HYK
KCGI와 HYK파트너스(이하 HYK)는 한진 오너일가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주장하며 각각 한진칼과 ㈜한진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달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히며 활동을 시작한 HYK는 회사 측에 △전자 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이사와 감사위원을 분리해 선임하라는 요구) △이사의 자격 제한(징역형의 유죄판결을 받고 10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의 이사 자격 상실 등)과 같은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제안했다.

큰 틀에서 보면 지난 3월 한진칼 주총 당시 KCGI의 주주제안과 성격이 비슷하다. 하지만 조원태 한진칼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참여하는 점에 반대해 퇴진을 요구했던 KCGI와 달리 HYK는 아직까지 오너일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있다.



㈜한진이 이미 경영 투명성을 위한 장치를 마련한데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한진의 주요 임원인 조현민 전무를 비롯한 오너일가가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사외이사추천위원회 및 거버넌스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구성도 마쳤다. 주주구성 측면에서 봐도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과 달리 ㈜한진은 경우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 조 전무 등이 보유한 지분율은 0.1% 수준에 불과하다. 조 전 부사장을 둘러싼 새로운 연합 형태나 지배구조 변수가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HYK의 현재 요구 사안은 오너일가의 퇴진보다는 경영 참여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이번 제안에서도 2대주주로서 파트너십(동업 관계)을 강조하며 사외이사 5명 중 최소 1명을 자신들 몫으로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현재 ㈜한진 이사회 구성원 8명 중 감사위원을 맡은 사외이사 1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돼 교체 수요가 있다.
표 대결 변수된 3% 룰
HYK파트너스가 지분을 확보한 지 6개월이 경과 하지 않아 주주권 행사는 불가하다. ㈜한진도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주총 안건으로 받아드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최근 ‘3%룰’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변수가 남아있다. 개정안 시행 시 6개월 이상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도 주주제안권 행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개정 상법은 상장회사에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토록 하고 있다. HYK가 감사위원회 진입을 목표로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지분을 나누면 보유지분 전량(9.79%)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3%룰 적용 시 ㈜한진 측 의결권은 한진칼(4.69%), 정석인하학원(4.69%), 오너일가(0.1%), 우리사주조합(4.69%)를 합쳐도 14.17% 수준에 그친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지분을 블록딜로 인수한 GS홈쇼핑(028150) 보유지분(4.69%)을 합산하면 HYK를 앞지를 수 있지만 현격했던 지분격차는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낳게 된다. HYK의 입장에서는 추가 지분을 확보하거나 소액주주를 끌어 모아 표 대결을 해볼 만한 상황이다. 다만 재계는 경영 일선에서의 혼란을 막기 위해 개정 상법 등 경제 3법의 시행시기를 1년 유예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계열사 지원에 따른 피해 떠앉아…“본업 위한 투자 재원 마련해야”
재무구조 측면에서 HYK파트너스는 계열사 지원에 따른 ㈜한진의 이자비용 부담이 과다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진칼의 과도한 부채비율과 방만 경영을 지적했던 KCGI의 주장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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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은 유동성 위기를 겪은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2015년 한진해운신항만을 인수했다. 이후 연결기준 차입금은 대폭 늘어났다. 지난 3년간 회사는 연평균 758억원 규모의 이자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보다 더 큰 이자가 발생하면서 2019년 적자를 냈다. 뿐만 아니라 계열사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에 274억원을 대여했는데 이 대여금을 출자전환 하기도 했다. HYK는 이 같은 의사결정이 반복될 경우 코로나19로 수혜를 입고 있는 ㈜한진의 본업이 이같은 요소들로 시장에서 저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한진 역시 올해 렌터카 사업과 부산 범일동 부지, 서울 독산동 창고부지 등 자산 매각을 연이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HYK는 투자부동산과 유형자산을 대상으로 자산을 재평가해 추가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류, 항만 사업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진은 3년간 택배 사업에 4,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지만 가장 큰 투자처인 대전물류허브는 완공 시점까지 2년 이상 남아있다. 이미 풀필먼트(종합 물류 대행) 서비스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경쟁사 쿠팡과 CJ대한통운에 대응하려면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진 및 종속회사가 보유한 유형자산은 1조4,000억원 수준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산재평가로 부채비율이 하락하는 효과 누리고 유휴자산을 매각해 상환 자금 및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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