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이슬람 천문학 없었다면 뉴턴의 만유인력도 없다?

[책꽂이]■코페르니쿠스의 거인, 뉴턴의 거인

남호영 지음, 솔빛길 펴냄




그리스 최초의 자연철학자는 기원전 6세기 무렵 활동한 탈레스, 라고 교과서는 전한다. 이집트를 방문한 탈레스가 그림자의 길이를 이용해 피라미드 높이를 계산했고, 기원전 585년 일식을 예언해 리디아와 메디아 왕국이 전쟁을 끝내도록 했다는 일화를 보면 그는 남다른 현자였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탈레스의 위대함에 대한 기록은 그의 사후 800년이 지나 전기작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저술한 책에 의지한다. 당시의 수학·천문학 수준은 그리스보다 오히려 이집트가 월등했다.


“이집트에서 배운 기하학과 천문학을 딛고 올라서 그리스 최초의 자연철학자가 된 탈레스를 후손들이 영웅으로 만든 이야기라고 보는 것은 어떨까?” 신간 ‘코페르니쿠스의 거인, 뉴턴의 거인’은 역사 속 수학의 흔적을 파고드는 연구자인 저자가 제기한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저자는 고대에서 17세기까지 인류가 지구와 천체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문헌기록을 통해 학자들 간 영향 관계와 함께 들여다본다. 이뿐이라면 다소 싱거웠을지 모르지만, 책은 우리나라에 거의 소개된 적 없는 이슬람 천문학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눈길을 끈다. 서양 근대과학의 출발이라는 ‘과학혁명’이 유럽만의 산물이 아니라 이슬람 학문에 크게 빚지고 있으며, 신플라톤주의나 헤르메스주의 등 르네상스 때 유행한 신비주의 사상에 뿌리 두고 있음을 통해 저자는 서양·합리성·과학을 등가로 놓고 동양을 열등하게 보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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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니즘 시대의 히파르코스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축적한 천문 지식과 기법을 체계적으로 활용했고, 지금의 시리아 지역에 살았던 아랍 학자 알 바타니는 40년간 천체를 관측하며 삼각법과 천문학을 발전시켰다. 이들의 책이 유럽으로 전해졌고 천동설을 주장한 프톨레마이오스를 비롯해 케플러, 갈릴레오가 그 이론을 차용했다. 1,300년대 최고의 천문대였던 이란 마라가 천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라가 학파의 알 투시, 알 우르디가 만든 수학 이론이 없었다면 코페르니쿠스가 태양중심설을 주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이론을 토대로 알 샤티르가 만든 천체모델은 태양과 지구의 위치를 제외하면 기하학적 측면에서 코페르니쿠스의 것과 동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책 후반부에서는 케플러의 법칙을 통해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에 존재하던 오류가 바로잡히고 뉴턴이 이를 밝혀내는 과정이 담겨 있다. 이 과정에서 케플러가 마치 점성술사처럼 하늘을 올려다보고, 뉴턴이 ‘자연 마술 사상’에 근거해 사고를 펼쳤음을 저자는 보여준다. 저자는 “연금술적 생각, 자연 마술은…우주에 숨겨져 있는 놀라운 성질, 체계의 일관성을 밝혀낼 수 있던 동력”이라며 “근대의 합리성으로 무장한 데카르트주의자들은 케플러나 뉴턴의 신비주의에 비난했지만, 결국 과학 혁명의 완성은 케플러의 숨겨진 힘, 뉴턴의 중력을 통해 이뤄졌다”고 설파한다. 2만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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