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공공IT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이 부른 참사




노현섭 바이오IT부 차장

최근 실시된 올해 마지막 공공 정보기술(IT) 사업이 두 번 유찰된 끝에 세 번째 입찰에서 겨우 단독 입찰자가 나와 입찰이 성사됐다. 한 중견 기업의 참여로 간신히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은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 사업임에도 단 한 곳의 대기업도 참여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이번 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국내 IT 업체 관계자에게 불참한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우리도 이제 손해 보는 장사 못한다”고 답했다. 다른 IT 기업 관계자도 “내부 검토 과정에서 전체적인 사업 부분을 다 들여다보지도 않았는데 이미 정부가 제시한 사업비를 훌쩍 넘었다”며 이번 사업은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임을 확인시켜줬다.

영리 추구가 목적인 기업 입장에서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을 곱씹어 보면서 새로운 의구심이 생겨났다. 그의 말대로라면 지금까지 손해를 보면서도 기업들이 공공사업에 입찰을 했다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사업비의 90% 선에서 써야 우선사업협상대상자 선정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경쟁이 한창 치열할 때는 입찰 하한가인 80% 선까지 내려가기도 했다”고 출혈경쟁 사실을 인정했다.


공공 IT 사업에서 저가 경쟁이 반복되는 이유로 업계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대기업 참여제한제도’를 꼽는다. 이 제도는 대기업의 공공 시장 독점을 막아 역량 있는 중소·중견 기업을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됐다.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다 보니, 어쩌다 나오는 참여 제한 예외 사업에 대기업들이 수주를 위해 앞다퉈 저가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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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행태가 7년간 반복되면서 대기업들도 이제는 한계에 도달하게 됐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이는 수주 금액만 클 뿐 결국 마이너스 수익이 날 사업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기에 부담스러워졌다.

여기에 대기업 참여제한제도 시행으로 정부가 시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제도가 없던 시절에는 정부가 사업 발주 전 길게는 1년 전부터 업계에 정보제안요청서(RFI)를 보내 시장과 의견 취합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제도 도입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의를 통해 참여 예외 사업으로 선정된 뒤에야 발주가 나와 이러한 의견 취합 과정이 사라졌다. 실제 과거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쳤지만 제도 도입 후 기업들이 발주처와 협의하며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3~4개월로 줄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정부도 대기업 참여제한제도를 완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완화책으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을 외치고 있지만 기업들의 외면 속에 결국 IT 인프라 구축과 고용창출 효과는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다. 디지털 뉴딜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1,000억 원대의 대규모 사업을 대기업들이 왜 끝내 외면했는지를 다시 한 번 깊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hit8129@sedaily.com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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