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상법 맹점에 제2 소버린·엘리엇 사태 우려...보완 입법 서둘러야"

[美 화이트박스 관계자 본지에 입장 전달]

'3%룰' 대주주 손발 꽁꽁 묶어

비용 쏟아부어도 방어 어려워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등 필요

1815A13 LG지분구조상법개정안1815A13 LG지분구조상법개정안



기업들이 미국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가 서울경제신문을 통해 LG(003550)그룹의 경영권에 적극 간섭할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 “지금이라도 보완 입법과 대응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계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의 ‘3% 룰’이 대주주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아 과거 SK와 현대차그룹을 곤란하게 했던 소버린·엘리엇보다 더 적은 지분으로 LG그룹을 뒤흔들 가능성도 있다며 최소한의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17일 “지난 7월 상법개정안 입법 예고 이후 줄곧 재계에서 우려했던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법 통과 직후에 발생했다”며 “화이트박스의 지분은 1% 미만인 만큼 당장 어느 정도로 파괴력이 있을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현 제도를 십분 활용해 고배당 등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이어 “소버린 때는 대주주 의결권의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서라도 경영권 방어가 가능했다”면서 “그러나 현행법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로 1차 방어막마저 없애버렸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미래가 아닌 주가와 배당만 바라보는 헤지펀드들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연합뉴스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연합뉴스


통상 소수의 투자자를 비공개로 모집해 최대한의 수익을 좇는 헤지펀드는 정해진 기간 내에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내야 하는 만큼 공격적으로 기업 경영권에 개입할 소지가 높다. 또한 기업의 포트폴리오 개편과 같은 장기적 과제보다는 초고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단기간에 빠르게 차익을 남길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화이트박스 역시 이번 소식통 인터뷰 등을 통해 계열 분리로 현금 잔액이 줄어드는 점을 문제 삼으며 배당률의 개선을 다시금 요구했다. 이는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계열 분리를 추진하는 배경에 승계 작업 외에도 강화된 공정거래법을 앞두고 그룹 내부 거래를 크게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나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시급하다는 전략을 세웠던 것과는 크게 동떨어진 주문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헤지펀드는 결코 미래 가치 향상에 도움을 두지 않을 것”이라며 “엘리엇이나 소버린 등도 보면 실컷 기업을 흔들어놓고 후에 배당만 받아갔다. 화이트박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재계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등의 보완 입법을 통해 헤지펀드가 마음대로 기업을 주무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영석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현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며 “표 대결에서 경영권에 심각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액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거나 국민연금 등이 찬성할 만한 이들을 신규 감사위원 선출 풀(pool)로 섭외해두는 등 간접적인 대응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따라서 “내년에라도 논의를 거쳐 제도화할 수 있도록 대주주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 전경/사진제공=LG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 전경/사진제공=LG


이수민·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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