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환자는 총 70명으로 전체 사망자 634명 중 10%가 넘는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11개월 동안 가장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실제 이달 들어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 108명 중 최근 7일 사망자가 70명에 달한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인데다 고령 환자 발생이 이어지고 병상도 부족한 만큼 사망자 증가 폭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채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9개월 만에 다시 발생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현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남아 있는 가용 가능한 중환자용 병실은 고작 4개에 불과해 이 같은 사례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보건 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3차 대유행이 심각해지고 장기화하면서 사망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 확진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사망자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로나19에 감염된 60세 이상 환자는 3,700명에 달한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60세 이상 확진 환자의 경우 감염 이후 10% 정도는 위중증 환자로 발전한다”고 밝혔다. 산술적으로 시기의 문제일 뿐 370명의 위중증 환자가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환자를 치료할 병상 확보는 지지부진하다. 대전과 충북·전북에는 사용할 수 있는 중환자 치료 병상이 없다. 서울·인천·울산·충남·경북·경남 등은 단 하나의 병상만 남아 있다. 전국에 남은 중환자용 치료 병상은 41개이지만 이 중 10개가 제주도에 몰려 있어 사실상 31개만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중증에서 상태가 호전되거나 중증으로 악화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위한 준중환자용 치료 병상을 급히 77개 도입했다. 하지만 병상이 워낙 빠르게 소진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21개의 병상만 남아 있어 하루나 이틀 내 준중환자용 치료 병상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 당국은 이 와중에 “견딜 만하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상향을 주저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3단계를 판단하는 중요한 개념적 기준은 방역 통제망이 상실됐느냐, 의료 체계의 수용 능력이 초과했느냐 등 크게 두 가지”라며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여력이 있고 견뎌내는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차 대유행이 이어지던)지난 8월에는 준비했던 의료 시설이 한계에 달하고 아슬아슬하게 버텼던 적이 있었지만, 그간 확충한 의료 체계를 통해 아직 환자 진료에 큰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처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이달 16일 3단계 기준을 넘긴 만큼 당장 3단계 격상 계획을 발표해야 했다”며 “자택 대기 환자가 폭증하고 대기 중 사망 환자까지 발생했는데, 대체 왜 3단계 격상을 주저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사망자는 통상 확진 판정 이후 3주 뒤부터 발생하기 시작한다”며 “12월 이후 발생한 환자들이 중환자가 되고, 사망한 뒤에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올릴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거리 두기 강화와 함께 병상 확보를 꼽고 있다.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국립의료원 하나를 지정한 뒤 이 의료원 전체를 코로나19 중환자용 병상으로 구축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정 교수는 “전국에 있는 국립의료원이 몇 개인데 고작 300명밖에 안 되는 중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국립병원 몇 개를 코로나19 전용으로 지정하고, 병원 전체를 중환자용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택 대기 중 사망한 사례가 9개월 만에 다시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