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긴 호흡으로 가는 사업이지만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업 초기부터 체감도가 높은 집수리사업과 가로주택정비 지원사업 등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겠습니다.”
류훈(사진)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1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주민의 실질 체감도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면서 “10분동네 생활SOC사업을 통해 노후 저층 주거지에 기반시설을 확대하는 노력도 그러한 고민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재생사업은 전면 철거 방식의 정비사업과 달리 단기간에 물리적·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워 주민들의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을 받는다. 도로나 골목길을 정비하더라도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로서는 실질적인 변화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에 시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 비해 생활기반시설이 부족한 주택 밀집지역 등 노후 저층 주거지 주민들이 도보 10분 거리 내에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10분동네 생활SOC 사업을 지난해부터 추진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재생사업으로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과 임차인이 동네를 떠나야 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도시재생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부작용이다. 류 실장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상생협약을 12개 도시재생지역에서 22건 체결했다”면서 “도시재생지역 선정단계부터 상생발전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상권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도시재생지역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실장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공사를 시작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세계 최대 중앙분리대라고 불리며 거대한 교통섬으로 고립됐던 광장을 시민의 일상과 어우러진 보행 중심의 시민광장으로 만드는 사업”이라며 시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강행하면서 졸속 추진과 예산 낭비 논란을 불렀다. 이에 대해 류 실장은 “개발 시대 자동차를 중심으로 설계된 도심 심장부를 보행자와 사람의 권리가 우선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여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서울의 중심부가 녹색의 도시 숲 공간으로 바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4년여간 330회가 넘게 시민과 소통한 결과를 반영했다”면서 “시민이 즐기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광장의 기본 기능에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공원적 요소가 반영된 광화문광장으로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6년부터 본격화된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이 올해로 5년째를 맞으면서 해방촌과 신촌·성수동 등 8개 선도·시범사업이 마무리된다. 류 실장은 선도·시범사업의 성과로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지역의 변화를 직접 실행하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서울의 근린재생 방향은 사람을 가장 주요 핵심요소로 보고 추진했다”면서 “주민들도 스스로 도시재생의 주체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지역에 대한 애착과 정주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류 실장은 도시재생사업이 획일적 전면철거형 도시개발의 병폐를 해소하고 삶의 터전을 보존하면서 도시를 살리는 대안으로 자리잡으려면 많은 시간과 경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도·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초기에 투입된 예산에 비해 비교적 넓은 면적을 재생구역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단위면적당 예산이 다른 재생지역에 비해 적게 투입돼 주민들의 체감도가 낮게 나타난 것이 아쉽다”면서 “2단계 사업부터는 면적에 따라 유형을 분리하고 보다 정밀한 구역설정과 예산책정으로 주민 체감도를 높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전역에 활성화지역 52곳을 포함 229곳에서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시 도시관리면적의 약 16%를 도시재생지역으로 관리하는 등 시급한 지역의 상당부분은 재생사업이 추진 중이다. 류 실장은 “지금까지는 도시재생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시민들과 공유하면서 시급한 지역 위주로 양적 확산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기존 사업을 모니터링해 내실화를 기하는 한편 사회 여건 변화를 반영해 도시재생의 방향을 재정립하고 지역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실현수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공기관과 민간 등 다양한 주체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시민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소규모 거점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