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트리밍 음원 플랫폼의 ‘공룡’으로 꼽히는 스포티파이가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국내 음원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튜브뮤직 등 해외에서 들어온 새로운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세계 1위 음원 사업자까지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파이는 92개국 3억 2,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해 글로벌 음원 서비스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유료 구독자 수도 1억 3,800만 명을 넘어선다. 여기에 글로벌 대형 음반사들과의 제휴 등을 통해 6,000만 곡 이상의 음원과 40억 개 이상의 플레이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 점유율 32%로 1위인 멜론은 이용자 878만 명에 음원 4,000만 곡을 확보하고 있다. 이용자 수나 음원 수에서 스포티파이와의 체력 차이가 크게 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1월 사용자 수 기준으로 멜론(32.26%)이 ‘1강’을 유지하는 가운데 삼성뮤직(18.20%), 지니뮤직(043610)(16.84%), FLO(10.57%), 유튜브뮤직(9.27%), 카카오뮤직(2.84%), 네이버 바이브(2.83%)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카카오·KT·SK텔레콤·구글 등 주요 인터넷·통신사들이 운영하는 서비스들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국내 음원 서비스 업계는 강력한 플레이어의 등장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포티파이가 토종 음원 플랫폼 업체를 모두 제치고 제2의 ‘넷플릭스’ 신화를 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특히 스포티파이의 강점으로 꼽히는 사용자 맞춤 음원 추천 서비스(큐레이션) 수준은 국내 업계의 추천 서비스를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포티파이는 3억 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노래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음원을 추천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포티파이가 쟁쟁한 글로벌 음원 서비스 기업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이유는 바로 AI 큐레이션 덕분”이라며 “음원 사재기와 순위 조작 등으로 국내 음원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스포티파이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포티파이도 한국 시장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등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강력한 음원 콘텐츠를 보유한 한국은 스포티파이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알렉스 노스트룀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비즈니스 총괄은 이날 한국 시장 진출을 발표하면서 “음악·문화·기술 혁신의 중심인 한국에 곧 스포티파이를 선보이게 됐다”며 “한국 출시를 통해 다양하고 새로운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한국 팬들은 물론 전 세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스포티파이가 2014년 K팝 허브 플레이리스트를 처음 선보인 후 스포티파이 이용자들의 K팝 청취 비중이 2,000% 넘게 증가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K팝은 전 세계 스포티파이 이용자들로부터 1,800억 분 넘게 스트리밍 됐고 1억 2,000만 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음원 서비스 업체들의 서비스 대상이 대부분 국내에 머물고 있지만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92개 국가로 연결된다”며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음원을 즐길 수 있고, 국내 아티스트들 입장에서는 훨씬 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2016년 국내 시장에 들어왔지만 존재감마저 사라진 ‘애플뮤직’처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이용자들은 웬만하면 기존에 사용하던 음원 서비스를 바꾸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음원 서비스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1년 이상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음원 이용료 협상 결과도 중요하다. 애플뮤직은 음원 협상에 차질을 빚어 국내 음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 결제가 정착되면서 이용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아지고 있고 국내 업체들도 최근 AI를 활용한 음원 큐레이션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며 “국내 음원 시장의 네트워크나 문화적 특성에서는 국내 업계가 훨씬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섭·정혜진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