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돼지 저금통으로... 반성의 뜻으로... 세밑 한파 녹이는 ‘익명 천사들’

강원 태백서 100만원 놓고 떠나

충북 제천선 돼지저금통 들고와

녹이려던 동전 등 몰래 기부도

익명의 기부자가 강원도 태백 삼수동 행정복지센터에 남기고 간 5만 원권들. /사진 제공=태백시익명의 기부자가 강원도 태백 삼수동 행정복지센터에 남기고 간 5만 원권들. /사진 제공=태백시



신분을 감추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온정을 나누는 익명의 천사들이 올해도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세밑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있다.

지난 17일 강원도 태백시 삼수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른 체격의 한 남성이 찾아왔다. 그는 “연말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이라도 지원해드렸으면 좋겠다”며 5만 원짜리 20장이 들어 있는 흰색 봉투를 동사무소에 놓아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가 남긴 것이라고는 코로나19 때문에 방문자 출입 명부에 어쩔 수 없이 적은 전화번호뿐이었다.


복지센터에서는 그가 2018년과 2019년에 나타났던 익명의 기부자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매년 이맘때면 익명의 기부자가 삼수동 행정복지센터에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전임자에게서 들었다”며 “하지만 기부자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과거 이곳에서 근무했던 한 공무원도 “2019년 이맘때 민원인과 대화하고 있는데 익명의 기부자가 100만 원이 든 하얀 봉투를 주고 사라졌고 2018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며 “익명의 기부자는 그전에도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전임자에게서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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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에서 익명의 여성 독지가가 놓고 간 돼지 저금통들./연합뉴스충북 제천에서 익명의 여성 독지가가 놓고 간 돼지 저금통들./연합뉴스


같은 날 충북 제천 화산봉 행정복지센터에는 한 중년 여성이 저금통을 놓고 갔다. 그는 센터에서 발열 체크를 하는 사회복무요원 근처에 돼지 저금통을 비롯한 저금통 4개가 들어 있는 노란색 보따리를 두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한 사람이 그를 알아보자 “그냥 기부하는 것이니 알리지 말아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금통에 들어 있는 동전의 액수는 총 56만 930원 이었다.

경기도 안산의 익명 기부자가 놓고 간 기부금과 손편지./사진제공=경기사랑의열매경기도 안산의 익명 기부자가 놓고 간 기부금과 손편지./사진제공=경기사랑의열매


오래전 녹여 팔겠다는 생각으로 모았던 동전을 기부한 이도 있었다. 경기도 안산에서는 40대로 보이는 익명 기부자가 14일 동전 7,007개 등 현금 307만 70원이 든 상자를 사랑의 온도탑 앞에 몰래 둔 후 인근 파출소로 전화해 “좋은 곳에 써달라. 상자를 가져가 달라”고 말했다.

그가 남긴 편지에는 “오래전에 10원짜리를 녹여 바꾸면 3~4배가 된다는 뉴스를 보고 탐욕에 눈이 멀어 모으게 됐다”며 “하마터면 돈의 노예가 될 뻔한 저를…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아내의 영향으로 제 잘못을 반성하고 제가 일해 번 돈을 조금 보태 내놓는다”며 “안산의 불우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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