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용구 비껴간 특가법 적용, 헌재는 지난 달에도 ‘합헌’으로 봤다

정차 시 기사 폭행 특가법 적용 사례

헌재 한달전도 만장일치 “합헌”

경찰, 李차관 사건 단순폭행 종결

靑 “기록 남지않아” 검증 고충 호소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정경제 3법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정경제 3법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변호사 신분이던 취임 전 주취상태에서 택시기사를 폭행했음에도 경찰이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입건 없이 내사 종결을 한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일파만파 일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비슷한 사건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특가법 적용을 합헌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현직 법무부 차관이 이 같은 논란에 휘말리자 퇴진을 압박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경찰에서도 공개 기록에 남지 않은 사건”이라며 차관 인사검증의 고충을 호소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이 차관은 법무부 법무실장직에서 물러나 변호사로 일하고 있던 지난달 초 자택인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앞에서 술에 취해 차내에서 택시 기사를 폭행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택시 기사가 잠들어 있었던 이 차관을 깨우려 하자 멱살을 잡은 것이다. 택시 기사는 112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이 차관의 신원을 확인한 뒤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다. 이후 경찰은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했고 피의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했다.

문제는 당시 이 차관의 행위가 특가법 범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가법 제5조는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가법 위반에 대해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라도 상관없이 경찰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기존 판례를 근거로 들며 특가법을 적용치 않았다. 기존 판례란 헌법재판소가 2017년 11월 내린 결정이다. 당시 헌재는 “교통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 운행할 의사 없이 주정차한 경우는 법관 해석에 의해서 ‘운행 중’ 의미에서 배제된다’고 결정했다. 당시 택시가 ‘운행 중’인 상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참고했다고 내세운 헌재 결정은 특가법이 개정되기 전의 판례였다. 2015년 개정된 특가법은 ‘운행 중’의 범주를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하여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ㆍ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대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경찰이 입건도 안 하고 내사 종결한 것은 특가법 개정 취지와 맞지 않다”며 “경찰의 미흡한 사건 처리가 논란을 만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차관과 비슷한 사례에서 헌재가 특가법 적용이 합헌이라고 본 경우도 있다. 지난 11월 26일 헌재는 A씨가 특가법에 대해 위헌소원한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2월 택시를 타고 가다 택시 기사와 시비가 붙어 정차한 상황에서 폭행해 특가법 적용을 받고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A씨는 차가 멈춰 있는 상황이었다며 특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에 대한 헌재의 특가법 합헌 논리는 이 차관 사건에 적용될 수 있다. 경찰은 ‘운행 중’이 아니라고 봤지만 이 차관이 탄 택시도 이 차관을 끝으로 운행 종료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은 전날 이용구 차관을 특가법상 제 10조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이날 이 차관 관련 사건을 내사종결한 경찰도 수사해 달라고 대검찰청에 의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계정을 통해 “대통령은 폭행한 폭력 차관을 당장 해임하라. 그리고 검찰은 이 사건을 재수사해서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운·심기문기자 cloud@sedaily.com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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