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플랫폼 보호법' 둘러싼 갈등 '근로자 정의' 논란으로 번져

정부 '플랫폼 보호 대책' 발표

勞 "기존 노동법 적용" 주장에

고용장관 "형태 다양" 선그어

앞으로 노사 뜨거운 감자될듯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플랫폼 종사자에게 별도 법이 아닌 기존 노동법을 적용하라는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정부가 “일하는 방식에 따라 근로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자영업자일 수도 있다”며 선을 그었다. 획일적인 ‘근로자’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플랫폼 경제의 발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고용 형태가 다양화하면서 ‘노동법상 근로자’의 정의를 두고 논란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플랫폼 기업, 배달 대리점 등이 지켜야 할 사항을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담아 내년 1·4분기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의 책무로 표준 계약서의 개발 및 보급, 직업 능력 개발 훈련 실시, 사회 보험료 등에 대한 지원을 병행하는 근거도 명시된다. 아울러 플랫폼 종사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한 공제회 설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배달업 인증제를 도입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등록제로 전환한다.


이 장관은 “플랫폼은 고용 형태가 굉장히 다양하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영역이 확장돼가기 때문에 계약을 공정히 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로는 고용부에서 조사한 플랫폼 종사자 현황을 꼽았다. 국내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넓은 의미의 플랫폼 종사자’는 179만 명이다. 이 가운데 플랫폼이 일의 배정에 영향을 미치는 ‘좁은 의미의 종사자’는 22만 명이다. 나머지(157만 명)는 단순히 일감·고객을 구하기 위해 플랫폼을 사용하는 등 형태를 일반화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기존 노동법을 적용하라는 노동계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고용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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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에서 “플랫폼 종사자 보호 입법은 노동권을 부정하는 특별법을 정부가 추진한다는 것”이라며 “플랫폼 노동자 보호의 최우선 과제는 근로기준법·노조법상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을 현실화하고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플랫폼 종사자도 근로자이니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적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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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보호법을 둔 갈등은 ‘누가 근로자냐’는 근로자성 논쟁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법원은 근로자를 △사용자의 지시 감독을 받는지(인적 종속성) △수입과 경제활동에서 특정 사용자에게 의존하는지(경제적 종속성)로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인적·경제적 종속성 모두 갖춰야 한다. 그러나 노조법상 근로자는 경제적 종속성에 중점을 둔다. 플랫폼 종사자에게 노동법을 일괄 적용하면 각종 수당 지급 의무가 생길 뿐 아니라 노동3권까지 보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습지 교사의 경우 출퇴근 시간과 일감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특정 교육 회사와 계약을 맺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 이 경우 아예 회사에 매여 있는 근로자(근로기준법)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조를 설립하고 단체협약을 맺을 수 있는 근로자(노조법)로는 볼 수 있다.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상 근로자가 다르다는 게 확인됐지만 그동안 단결권의 주체로 볼 수 있는 (노조법상) 근로자의 성질을 두고 다툰 적이 많지 않다”며 “전례가 많지 않아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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