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부동산 대책의 타깃이 된 서울 강남권 아파트에서 꾸준히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출조차 나오지 않는 고가 아파트들에 대한 매수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임대차 3법’을 꼽는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며 전세가가 크게 오르자 강남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 투자’가 더 용이해졌다는 것. 실제로 임대차법 시행 전후의 강남 지역 매매·전세가를 살펴보면 임대차법 이전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강남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오른 전세가, 가격 격차 줄어=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초구 ‘롯데캐슬클래식’은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7월 전용 84.93㎡가 21억 6,000만 원에 매매 거래됐다. 같은 달 전세가 10억 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세를 끼고 매수할 경우 11억 6,000만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후 11월 실거래가를 보면 매매가가 21억 8,000만 원, 전세가 12억 원으로 ‘갭’이 9억 원대로 낮아졌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은 7월 전용 85㎡의 매매가가 26억 5,500만 원, 전세가가 14억 원으로 갭이 12억 5,500만 원이었지만, 이달 들어 비슷한 평형인 전용 84.92㎡의 매매가(28억 4,500만 원)와 전세가(18억 원) 차이는 10억 4,500만 원이었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84㎡도 이달 들어 20억 8,000만 원에 매매 거래됐고, 전세는 11억 1,000만 원에 계약되며 갭이 9억 7,00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7월에는 매매가가 21억 5,000만 원, 전세가는 9억 5,000만~10억 5,000만 원 사이에 형성돼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11억~12억 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 상승률 3%에 육박=강남권 아파트를 갭 투자 형식으로 매수하는 데 드는 돈이 이전보다 줄어든 것은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보다 훨씬 가팔랐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가격 통계를 보면 임대차법 이후 4개월여간 강남 4구 아파트의 매매가는 0.20% 오르는 데 그쳤지만, 전세는 이를 훨씬 웃도는 3.1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송파구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매매는 0.20% 올랐지만 전세는 3.26% 상승했다.
강남의 고가 아파트는 보통 대출 금지선인 15억 원을 넘어 대출이 아예 나오지 않는 만큼 단번에 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최근 급등한 전셋값이 ‘대출금’의 역할을 하면서 갭 투자가 이전보다 쉬워진 것이다.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갭 투자 비용까지 줄어든 만큼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강남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매도하려는 수요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 3주 전까지만 해도 강남 4구의 매매수급지수는 99.2로 아파트를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다음 주부터 이 수치가 103.1로 집계되며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아진 것이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공급과 수요 중 어느 것이 우위에 있는지를 0에서부터 200까지의 숫자로 나타낸 지수로 이 지수가 기준점인 100을 넘어가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팔겠다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강남권 아파트의 매매가도 오르기는 했지만 최근 전셋값이 크게 올라 전세를 끼고 구입할 경우 오히려 이전보다 더 적은 돈이 드는 경우도 있다”며 “높은 전세가가 사실상의 ‘대출’ 역할을 하면서 갭투자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