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코로나로 지친 마음, 공예가 藥이다

■푸른문화재단 공예전 '추상'展

젊은 작가 22명, 120점 선봬

이유진갤러리서 내달 9일까지

■공진원 '현상'展

판로 막힌 신진공예작가 지원

경매회사와 손잡고 홍보·판매

기획전 ‘현상’에 선보인 공예작품들.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KCDF기획전 ‘현상’에 선보인 공예작품들.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KCDF



#매년 12월이면 푸른문화재단이 주최하는 공예기획전이 열린다. 지난 2018년에는 두보의 시(詩) 중 집이 그리워 달 밟으며 서성인다는 뜻의 ‘사가보월(思家步月)’을 제목으로 ‘집’과 관련된 금속·섬유·나무 소재의 작품들을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친숙한 공간이자 놀이·휴식의 공간인 ‘뜰’을 매개로 공예전을 열었다. 올해는 ‘절대적으로 추상(Absolutely Abstract)’이라는 제목 아래 추상 공예전시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이유진갤러리에서 개막해 내년 1월 9일까지 진행한다. 세계를 무대로 K공예를 전파하는 22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120여 점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1999년 작고한 고(故) 주진규 푸른그룹 회장의 유지를 받아 2016년 설립된 푸른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지원하는데, 특히 저평가 된 공예 분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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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작가 엄유진의 ‘컴비네이션’ /사진제공=푸른문화재단공예작가 엄유진의 ‘컴비네이션’ /사진제공=푸른문화재단


일상 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예술품을 뜻하는 공예는 ‘디자인’과 비슷한 뜻으로 사용되며, 공산품과 비교했을 때 작가정신이 강하게 담기고 대량생산 대신 수공예 비중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해외의 굵직한 아트페어들은 대부분 별도의 디자인·공예페어를 운영하고, 솜씨좋은 한국의 공예가들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반면 국내 공예인 상당수는 개인 공방을 운영하는 영세업자이며 환경도 열악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의 공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예시장은 4조 2,500억원(2018년 기준) 규모이다. 매년 성장세를 보이지만 50~60대 공예인 비중이 높고 젊은 작가가 적으며, 젊은층 수요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뜻있는 문화재단과 정부기관 등이 전략적으로 젊은 공예작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현상’전에 선보인 공예작가 이혜주의 작품.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KCDF‘현상’전에 선보인 공예작가 이혜주의 작품.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KCDF


이주현의 ‘수많은 원들’ /사진제공=푸른문화재단이주현의 ‘수많은 원들’ /사진제공=푸른문화재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황이라 푸른문화재단 기획전은 별도 개막행사 없이 지난 17일 조용히 막을 올렸다. 그럼에도 공예에 관심 있는 애호가들은 마스크를 단단히 쓴 채 전시장을 방문했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예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직장인 신혜원(39) 씨는 “예쁜 컵과 접시를 계기로 공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사 모은 공예 작품을 내가 사용할 수도 있지만 선물로 특별한 마음을 전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작가 이주현은 원(圓)이라는 기본 형태를 다채롭게 조합한 작품 ‘수많은 원들’을 통해 작가의 근원적 관심사를 되짚었다. 그릇을 만드는 정용진은 금속 재료에 3D캐드와 레이저 커팅의 새로운 기법을 도입해 ‘336개의 작은 면이 있는 기물’을 내놓았다. 평소 의인화 한 사람을 연상시켜 그릇을 제작하던 작가는 다채로운 면(面)을 통해 자신의 예술정신을 드러냈다. 전시를 기획한 구혜원 푸른문화재단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이렇게 어려운 시기야말로 삭막하고 각박해진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시킬 수 있는 문화예술이 필요한 시기”라며 “올해 굴지의 국제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한국 공예의 위상을 드높인 우수한 우리 공예작가들이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감각을 재구성하고 자신의 추상 언어로 표현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몸과 마음에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용진 ‘336개의 작은 면이 있는 기물’ /사진제공=푸른문화재단정용진 ‘336개의 작은 면이 있는 기물’ /사진제공=푸른문화재단


‘현상’전에 선보인 김수희 작가의 작품.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KCDF‘현상’전에 선보인 김수희 작가의 작품.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KCDF


종로구 평창동의 프린트베이커리 전시장에서는 주목할 만한 공예작가 13명을 모은 ‘현상’전이 열리고 있다. 공진원이 공예작가들의 판로 확대를 위해 지난 9월 프린트베이커리와 업무협약을 맺고 개최한 두 번째 전시로 내년 1월 17일까지 열린다. 공예의 생활화·산업화 실현을 위해서는 유통경로 확대가 선결 과제로 꼽혔고, 이를 위해 민·관이 손을 맞잡은 것. 작가들은 ‘2020 공예트렌드페어’ 참여작가 중 선정됐다. 작품가는 3만원대부터 최대 400만원까지 다양하다.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장은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 케이옥션 등과 협력해 기획전시를 통해 작품을 소개하고 작품값도 안정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서 “미술품처럼 공예작품도 작가 이름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만큼 작가를 알리는 브랜딩 전략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K공예의 작가층을 두텁게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상’전 출품작들.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KCDF‘현상’전 출품작들. /사진제공=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KCDF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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