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네이버, 카카오 그리고 공룡기업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전 인사혁신처장

플랫폼 기업의 무차별 사업 확장

이익 독식...산업생태계 파괴시켜

혁신·공생 추구하는 지혜 발휘를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 전 인사혁신처장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 전 인사혁신처장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의 규제 대상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함되지 않자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지난가을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동산 매물 정보가 경쟁 플랫폼에 제공되는 것을 막았다는 이유로 네이버에 과징금 10억 3,200만 원을 부과했다. 이 조치는 플랫폼 업체들의 무차별적 사업 영역 확장에 경종을 울렸다. 부동산 시장만 해도 네이버는 온라인에서 매물 건수 40% 이상, 순방문자 및 페이지뷰 7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가졌다.

스타트업에서 시가총액 10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성공 신화의 주인공 카카오도 논란에 휘말렸다. ‘카톡 소설’이나 ‘보이는 ARS’ 등 신규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기술 ‘협력’이 아닌 ‘탈취’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관련 중소 업체들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거래 행위’와 ‘거대 기업의 골목 상권 침범’에 위기감을 느낀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공룡 플랫폼의 진출로 기존 시장이 쑥대밭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비자들이 서비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철(鐵)이란 철은 다 먹어버려 도저히 죽일 수 없을 만큼 강력하게 성장하는 불가사리처럼 돈이 될 만한 모든 시장에 손을 뻗고 있다. 부동산, 대리운전, 음식 배달, 숙박, 택시 호출 등에서 압도적인 인지도와 점유율을 앞세워 경영에 간섭하거나 손해를 떠넘기고 각종 ‘갑질’과 보복조처를 한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먼저 자리 잡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도 속속 밀려났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수 대에 걸쳐 두부 제조를 가업으로 이어오면서 몇십·몇백 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장인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많던 두붓집들이 다 어디 갔나 싶을 정도다.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로 두부나 콩나물 같은 먹거리 시장조차 수직 계열화가 끝난 지 오래다. 자기만의 레시피와 영업 노하우로 특색과 전통을 지키려는 이들에게 대기업, 특히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너무도 무서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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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행위는 뿌리 뽑아야겠지만 무조건적 규제나 처벌보다는 이들이 산업 생태계에서 주변을 황폐화하지 않고 적응하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검찰 수사와 국회의 법 개정으로 사라진 타다 서비스는 플랫폼 기업이 기존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열음을 낸 대표적 사례다. 타다가 택시 면허를 살 수 있도록 중재했다면 이들이 선보인 서비스의 내용과 방식·프로세스가 기존 산업 생태계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플랫폼 기업들이 무차별적인 사업 확장으로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익을 독식하는 동안 그에 따른 복원 비용은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몫이 되곤 했다. 이제라도 정부와 기업·소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켜야 할 선이 어디인지 토론해야 한다. 산업 생태계도 자연계처럼 다양성이 담보되고 건강해야 오래간다.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을 이어주는 플랫폼 기업이 우리 사회에 주는 효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러나 그 이면의 눈물과 혼란, 유무형의 복원비는 사회 전체의 비용이고 국민 모두의 부담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거대 플랫폼의 부작용은 천천히 중독되고 종속돼 왜곡인지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기존 대기업 집단보다 더 크고 깊게 나타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에 대한 시각은 어떠했는가. 새로운 온라인 대기업의 등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무엇으로 표현할 것인가. 혁신의 정당성은? 각종 산업에 대한 접근과 수위의 정책적 고려가 ‘공생적’인가 하는 점을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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