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장단기금리차 5년6개월來 최대…기업 자금조달 부담 커지나

국고채 10년물·3년물 격차 70bp 넘어

경기 회복 기대감 깔려있는 가운데

정부 확장재정 따른 '수급' 부담 쑥

민간 금융비용 오르는 '구축효과' 우려




국내 국고채 장기물과 단기물 사이의 금리 격차가 5년 6개월 이후로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기저에 깔린 가운데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국고채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고채 중장기물 중심의 금리 상승을 이끄는 모습이다. 장단기 금리 차 확대가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확장적 재정 정책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은 만큼 민간 부문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는 ‘구축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2.2bp(1bp=0.01%포인트) 내린 연 1.657%에 마감했다. 이에 따라 국고채 3년물(연 0.945%)과의 격차는 71.2bp로 집계됐다. 지난 18일에는 국고채 10·3년물 사이의 금리 차이가 74.5bp까지 벌어져 지난 2015년 6월 17일(75.7bp)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한국 국고채 10·3년물 사이의 격차가 80bp 가까이 벌어진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보통 장단기 금리 차가 커지면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인식하곤 한다. 경기가 상승세를 보일수록 예상 물가상승률 역시 올라가게 된다. 이에 따라 예상 물가상승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국고채 장기·단기물 사이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구조다. 실제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시작되고 중국에서도 제조업 경기가 확장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자 국고채 장단기 금리 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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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국고채 발행 물량이 급증하면서다. 실제로 올해 국고채 발행액은 지난해보다 72조 8,000억 원 증가한 174조 5,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내년 정부는 올해보다 1조 9,000억 원 늘어난 176조 4,000억 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국고채 발행액이 증가해도 장단기 금리 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만기가 길수록 원리금 관련 불확실성 역시 커져 수급 등 외부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장단기물 물량이 같은 비중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장기물이 수급 이슈에 더 출렁일 여지가 크다”며 “만기별로 변화에 따른 탄력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입장에서 당장 상환 부담이 적은 장기채를 위주로 발행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도 장기채 위주의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장단기 금리 차 상승이 ‘구축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채 공급량 증가가 국채·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은행·회사채 금리가 올라가고 민간 자본조달 비용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구축 효과는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가 민간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개념이다. 윤 연구위원은 “전체적인 국채 발행량이 늘면서 구축 효과를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 수준 이상으로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한국은행과 정부 사이의 정책 공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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