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스프래틀리 군도




남중국해 남쪽에 위치한 스프래틀리 군도는 700여 개의 암초와 산호초로 이뤄져 있다. 중국에서는 진나라 때 이곳에서 어업 활동이 이뤄졌고 베트남에서는 진나라보다 나중에 세워진 참파 왕국 시절 물고기를 잡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곳은 2,000년 이상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새들의 고향이었다.


스프래틀리 군도는 1930년대 들어 인도차이나반도를 식민지화한 프랑스에 의해 점령됐다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해군기지로 활용됐다. 이후에는 중화민국이 1949년 몇 개의 섬에 경계석을 설치했고 1950년대 들어 중국·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인근 나라들이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곳이 본격적인 분쟁 지역으로 떠오른 것은 유엔이 1968년 보고서에서 남중국해 바다 밑에 200억 톤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묻혔을 것으로 추정하면서다. 여기에 믈라카해협과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관문이라는 군사적 가치가 새삼 부각하면서 인근 나라들 간에 갈등이 커졌다. 1988년에는 하이난섬에서 출발한 중국 인민해방군 군함 3척이 이곳에서 베트남 군함을 공격해 사상자를 내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프래틀리 영유권 분쟁에 직접적인 개입을 꺼리던 미국은 2015년 이지스 구축함을 파견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며 처음 중국에 경고장을 보냈다. 스프래틀리 군도를 포함한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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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군은 22일 “미군 구축함 존 매케인함이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 해역으로 접근해 쫓아냈다”고 밝혔다. 미군은 그동안 주로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며 중국 견제에 나섰다. 이번 스프래틀리 군도에서의 작전은 양국 간 갈등의 전선을 넓히는 것이어서 이 일대의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될 전망이다. 스프래틀리 군도에서의 미중 갈등은 우리에게도 외교적 고민을 안겨준다. 미중 갈등은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도 여전할 것이다. 그동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대응해온 외교 전략도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이제는 주변국의 눈치나 살피는 줄타기 외교에서 벗어나 가치를 공유하는 ‘린치핀(핵심축)’인 한미 동맹을 토대로 안보와 국익을 지켜가야 할 때다. /한기석 논설위원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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