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전시법까지 총동원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 싹쓸이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미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보건복지부와 국방부를 통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1억회분을 추가 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기존에 보유한 화이자 백신과 미 제약회사 모더나 백신 등 긴급승인을 받은 백신 물량을 합하면 2억명이 맞을 수 있는 4억회분에 달한다. 두 차례씩 맞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억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긴급승인 백신 물량이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한국전쟁 당시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화이자에 백신 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합의에 따라 화이자는 최소 7,000만회분을 내년 6월 30일까지 제공하고 7월말까지는 제공량이 1억회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 백신은 16세 이상, 모더나 백신은 18세 이상이 맞을 수 있는데 백신 접종이 가능한 연령대의 미국인은 총 2억 6,000만명이다.
미 정부가 화이자 백신 4,000만회분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옵션도 이번 합의에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추가 확보 조치가 조기 접종 확대보다는 내년 상반기 중 미국 내에서 백신 부족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이번 추가 구매는 우리가 2021년 6월까지 원하는 미국인 모두에게 접종할 충분한 물량이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미국 국민에 한층 심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미국 정부는 DPA를 동원해 화이자의 백신 생산을 돕기로 했다고 WP는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날 트럼프 행정부가 DPA를 동원, 화이자가 백신 제조에 필요한 9가지 특수 제품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가로 추가 구매 계약에 근접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DPA는 한국전쟁 당시 마련된 법으로 연방정부가 민간에 전략물자 생산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 생산 등에 DPA를 발동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더 적극적 범위에서 DPA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이어져왔다.
이번 추가 구매 합의로 미 정부가 화이자에 지급하는 금액은 19억5,000만 달러(한화 2조 1,500억원)다. 지난번까지 총 40억 달러(4조 4,000억원)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추가적 1억회분으로 미국은 더 많은 사람을 보호하고 기대하건대 이 파괴적인 팬데믹을 더욱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백신을 공동개발했으며 미 식품의약국(FDA) 긴급승인을 거쳐 14일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미국이 전시법까지 동원하며 백신을 확보하면서 전 세계 코로나 19 양극화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백신 접종이 개시됐음에도 2022년까지도 세계 인구 4명 중 1명은 여전히 백신을 못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공의료대학원의 최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월 15일 현재 부국들이 제약회사 13개로부터 확보한 백신 물량은 모두 75억회분이다. 세계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부국들이 백신 생산 가능 물량의 51%를 이미 확보해 놓은 셈이다.